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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사계절?

일상

by 엘빌스 2020. 6. 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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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을 하다가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는 글을 보았다. 대략 설명하면

봄은 씨앗을 뿌리는 시기로 바쁘지만 수확이 없고

여름은 자연이 무성하게 자라는 시기로 하는 만큼 수확이 생기고

가을은 수확하는 시기로 하는 것보다 수확이 많은 시기이고

겨울은 모든 것이 안 되는 시기라고 한다.

 

초중학교를 다닐 때는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성적이 우수했다.

성적이 좋으니까 주변에서 인정을 해줬다. 내가 똑똑한지 알았다.

물론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잘 알고는 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모순적이었다.

일류 명문대를 희망했지만 학교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공부가 한번 밀리기 시작하니 성적이 떨어지고, 아몰랑 해버린 것에 가깝다.

 

심적으론 방황이었지만 천성 때문에 일탈은 하지는 않았다.

그냥 시험기간에도 읽고 싶은 책만 읽었고 특정 교과목은 8등급도 받아봤다.

 

고2 초반에도 잠깐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뜻대로 안 되서 그냥저냥 학교 다니고

고2 말때야 이제 시간이 정말 없다는 생각에 제대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성적이 오르지도 않았고 수능 결과도 좋지 않았다.

 

초중학교는 위의 말을 따르면 가을이었을거고

고등학교 1, 2학년때는 초겨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고3부터 겨울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못난 내 능력 탓이었다.

나는 정보를 많이 얻었고 조언도 많이 얻었다.

그리고 제대로 공부했다.

그런데 성적이 단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수험생 커뮤니티에 장문의 질문 겸 한탄 글을 올렸었다.

그때 달린 댓글은 그 성적이면 내가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게 맞다는 댓글이었다.

너무 억울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고2때 담임 선생님한테 들었던

너는 너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부정했었는데

정말 그런가 내가 제대로 했다는 착각 속에서 산 건가 그런 생각이 올라왔다.

 

어차피 포기하지는 않았다. 대신 1년 후를 기약했을 뿐이다.

 

재수를 했다. 집안 형편 반, 내 고집 반으로 독학재수를 했다.

모의고사 성적은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고 수능 결과는 똑같이 좋지 않았다.

 

그때는 살기 싫을 정도로 배신감을 느꼈다.

한 달을 폐인처럼 지내다가 대학 원서를 쓰긴 썼다.

예측에서는 합격 가능권인데 대충 애매했다.

그런데 거기 말고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재수했는데 고3때 갈 수 있었던 곳은 가기 싫다는 어린 생각이었다.

 

대학에 다 떨어지고 삼수를 했다.

이제 혼자 공부할 용기가 없어서 무리하게도 재수종합반에 등록했다,

거기 써있는 화려한 실적에 위안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말했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 그 사람들의 말을 한 번 더 입증시켜준 격이 되었다.

 

조금 샌 이야기지만, 내가 아닐 뿐 안 될 것 같다는 상황에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면 상당히 많다.

결국 내가 성공해봤자 '일부 예외'에 불과했을 뿐이고 어차피 그 말은 통계적으로 맞는 말이다.

무엇때문에 그거에 그렇게 신경썼을까.

 

삼수 끝나고는 누가 건들지도 않았는데도 울었다. 엄청 많이 울었다.

하필 상경하는 기차에서 눈물이 터져서 엄청 울었다. 그때는 쪽팔린지도 모르고 울었다.

내 인생에 봄이 올거라고 기대했는데

봄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얼마 안 되는 성적이었지만 수의대 합격 가능성이 보였고

거기에 올인했지만 결국 떨어졌다. 수의대 거의 붙은 거 마냥 떠들고 다녔는데 쪽팔리게 떨어졌다.

 

이번에도 대학을 다 떨어질 수 없어서 안정 지원을 했고 공대에 진학했다.

 

나는 부끄러움이 한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열심히 살았고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어떤 학교를 갔더라도 붙었을 삼수라는 타이틀과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 학교 타이틀이 상처가 되었다.

그래도 사회에서 누가 무례하게 그런 것 가지고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는다.

상처는 군대에서 입었다.

나와 전혀 비슷한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가볍게 평가했다.

 

군대에서도 미련을 놓지 못해서,

이것때문에 포기했던 다른 모든 것들을 다시 보상받고 싶어서

또 수능 공부를 했다.

 

육군에서 그런 것은 이해받기 어려웠다.

내가 군생활을 더 열심히 했다면 모를까

남들만큼이라는 수준에 수능 공부를 한다는 건 꼬투리 잡힐 일이 하나 더 있는 것이었다.

 

수능에 매달리면서 버린 몇 년의 시간이 겨울이었던 것 같다.

 

수능을 준비하면서 받았던 상처들과 그래도 거기에서 쌓인 지식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교육에 관련해서 무언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군휴학을 그대로 두고 공부하면서

그 시기에 시작한 것이 여기 블로그에도 있는 STUDY PLANET이고

오르비를 중심으로 수만휘와 함께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커뮤니티에서 인정받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전자책 판매한 것은 많은 돈을 바란 것도 아니었지만 고작 20만원이 다인 수확이었다.

차라리 밖에서 알바를 했으면 몇 배는 더 벌었을 거다.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면서 복학했다.

남은 것은 군필 25살 1학년 2학기 재학이 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니 지금 얻게 된 것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기록이 일종의 경력이 되서

비교적 적은 시간에 용돈 벌이는 할 만한 알바 자리를 얻었고

 

개인적으로만 공부해서 인정받지 못할 것만 같았던 시간들이

나를 좀 더 다르게 보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스펙은 전무하고 성적도 대단히 높지 않았음에도 대기업 재단의 장학생 선발되었으니 말이다.

 

N수라는 겨울을 지나

뭔가 많은 시간을 썼는데, 아무도 알아줄 것 같지 않았던 봄을 거쳤는데

그 시간들이 결국 거름이 되었다.

 

이러한 기회들은 엄밀히 말하면 수확이라기 보다

또 다른 출발의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것보다

나는 나를 믿었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생긴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더 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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