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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몽구 재단 온드림 미래인재 학부 장학생 선발 후기

일상

by 엘빌스 2020. 6. 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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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포털 들어갈 때마다 매번 공지사항을 유심히 본다.

포털 공지만 잘봐도 어지간한 정보는 거의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2학기부터 학교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온드림 학술세미나를 한다는 공지를 봤고

이때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존재를 알았다.

 

군전역 이후부터 개인적으로 인지심리학을 공부했었는데, 마침 연사 중에 인지심리학 교수님도 연사셨고

물리학 교수님도 연사로 나오시길래 재밌을 것 같아 시간 내서 참석했다.

금요일이었고 수업 중이었는데 이동시간을 고려했을 때 다 듣고 가면 시간이 부족해서 중간에 나와서 출발했었다.

신청할 때는 몰랐는데, 장학생 필참 행사라서 막상 가니까 외부인 느낌이 확 났었다.

 

아무튼 그때 온드림 미래인재 장학금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등록금 전액에 학업지원비까지 지원한다는 게 너무 좋아보였다.

 

미래산업 인재라는 이름에 걸맞게 선발 분야가 4차 산업혁명 분야와 환경/에너지 분야로 정해져 있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모집하는데, 지원 대학이 정해져 있다.

다행히 지원 가능 대학이라 지원했는데 명단에 없는 대학 학생이라면 좀 아쉬웠을 것 같다.

 

소득기준도 포함이 되는데, 7분위까지만 지원이 가능하다.

인재 육성 취지의 장학이긴 하지만, 돈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장학금의 존재를 알고나서 나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게 상반기에서 하반기 넘어가는 시기에 모집했기 때문에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어차피 휴학하면서 1학년 재학 중이었기 때문에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지는 않았는데, 다른 재단의 외부 장학생 선발이 1학년 재학으로 정해진 경우가 꽤 있어서

이걸 지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있었다.

가능하면 여기에 도전해보고 싶어서, 여기 떨어지면 3학년 선발하는 거 지원하자는 생각으로 지원을 최대한 자제했다.

 

그래도 다른 곳에 딱 한 번 지원을 해보긴 했는데 광탈했다.

지원 전에 미리 합격 후기 찾아보니 봉사활동 실적을 많이 보는 곳 같던데,

작년에 봉사활동을 하지 않아서 처음부터 떨어질 각오하고 썼었고, 예상대로 광탈했다.

핑계를 대보자면, 내가 마음이 안 따뜻한 사람이라서 안 한 게 아니라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었다.

사실 봉사활동이 의무는 아니니까...

 

어쨌든 미래인재 장학에 지원하려면 관련 스펙이나 대외활동 경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해야겠지 생각은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전공이 전자공학이라 아무래도 지능정보기술로 지원해야 했는데,

관련 전공 지식부터 아는 게 없었다.

그나마 창업경진대회 도전했던 것도 상을 못받아서 무스펙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준비해서 3학년 때 지원할 지 고민이 있었다.

일단 올해 써서 떨어지면, 다음에 지원할 때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데 설마 그럴까 싶었다.

무조건 기회가 있으면 도전해보라고 배워서

그냥 자기소개서 쓰는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과제하느라 바쁘고, 끝나면 쉬고 싶어서 자기소개서는 계속 뒤로 밀렸다.

원서 접수 마감 일주일 전이 가까워져서야 1, 2번 항목을 작성 완료했고 3번 항목은 실제 지원하기 이틀 전에 완성했다.

 

1번 항목은 미래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했던 노력을 적으라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있던 컴퓨터에 관한 관심부터 학과 공부, 개인적인 공부를 엮어서 스토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끼워 맞춘 만든 스토리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해왔기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1600 byte 제한이어서, 길게 적을 수가 없어서 표현을 다듬어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2번 항목은 연구 목표를 적는 것이었다.

일개 대학생이고 연구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적을까 고민하다가

진로 계획과 연관된 그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연구하겠다고 적고,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적었다.

 

3번 항목은 진로 계획이었다. 진로 계획을 확고히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생에 있어서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진학, 취업, 창업 등에 관한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적었다.

 

다 쓰고 보니, 대략적이고 두루뭉실한 이야기들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쓰고 싶었는데, 과거를 보면 구체적으로 쓸만한 활동이 솔직히 없었고,

미래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쓰면 미래를 벌써부터 제약하는 느낌이라서 그렇게 쓰지 못했다.

 

서류에서 특이사항은 평점 이외에, 지원분야 유관 과목 성적을 별도로 기입하게 되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프로그래밍 과목과, 다행히 SW부전공을 위해 미리 들어놨던 이산수학 그리고 미적분학과 공업수학을 적었다.

이렇게 자기소개서와 각종 서류를 준비해서 원서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전형 자체가 꽤 많았다.

서류 -> 인적성검사 -> 전공 면접 -> 인성 면접 순이었다.

지원할 때부터 이걸 뚫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많이 가졌었다.

 

특히나 전공 면접은 원래 대학원생 선발때만 있었고, 학부생은 인성 면접만 봤었는데

올해 신설된 것으로 확인했다.

 

1차 합격을 하기 위해서는 인적성검사도 해야 했다.

대상자 별도 안내라고 하길래, 인적성도 따로 선발해서 보는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어떻게 했는지야 모르지만, 아마도 서류에서 지원자격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 봤을 것 같긴하다.

1차 합격 발표가 서류+인적성 통합이기 때문에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인적성검사 안내도 안 올까봐 걱정했다 ㅋㅋ..

 

인성검사야, 솔직히 답변하면 되는 거니까 별 문제 없었는데

적성검사는 솔직히 부담이었다.

 

알다시피 적성검사는 지능검사를 돌려서 만든 시험이다.

적성검사의 문제 유형은 지능검사의 그것과 유사하고

단기간 공부로 대응하기 어렵개

적당히 쉽거나 어려운 문제들도 구성하고

많은 문제와 짧은 응시 시간으로 문제 당 +-60초 수준으로 시간을 줘서

전적으로 순간적으로 발휘 가능한 역량만큼 문제를 풀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전에 수능 국어에 관해서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썼었다.

https://orbi.kr/00021497156

 

2019 수능 국어가 잔인했던 이유 - 오르비

*표준점수에서 평균점수는 항상 100점 2015학년도 국어 A형 1컷 97 2컷 92 2015학년도 국어 B형 1컷 91 2컷 85 2016학년도 국어 A형 1컷 96 2컷 90 2016학년도 국어 B형 1컷 93 2컷 88 2017학년도 국어 1컷 92 2컷 86 2

orbi.kr

내가 쓴 글 중에 제일 빠르게 반응을 얻어 추천글에 올라갔던 글이다.

 

내가 인지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이유 자체가,

적성고사(적성검사) 스타일의 시험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학습 체계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간 쉬운 수능을 거쳐, 다시 어려워진 2017학년도 수능 이후부터 이야기 나온 게 '금머리'론이다.

수능 끝난 직후 수험생 커뮤니티 분위기가 안타까운게

내가 이런 시험을 노력으로 극복하는 게 가능했느냐라는, 금머리가 아니고서 잘 할 수 없는 것 같다는 패배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 정점을 찍었던게 국어 1등급 커트라인 84점을 찍었던 2019학년도 수능 직후였다.

정말로 수능 국어가 지능검사와 다를바 없을 정도로 무자비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고,

자연적인 분포가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사실에서 수능 점수 분포가 어떤지 확인해볼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만점을 받았고, 비교적 쉬운 시험이었던 2015학년도 수능 국어(A)부터 2019학년도 수능 국어까지

점수 분포를 그래프로 표현해봤는데

다른 수능과 다르게 2019 수능은 거의 정규분포에 가까웠다.

 

그 시험은 매우 길고 어려운 지문과, 비교적 쉽게 출제되던 초반 문제부터 많은 판단을 요구하게 만들어

굉장히 촉박하게 문제를 풀어야 했었다.

그 결과가 정규분포였고, 사람들의 반응은 금머리 영역이냐, 노력으로 가능한 거 맞냐였다.

 

연구 논문같은 게 아니니, 세세한 이야기는 무시하고 이를 적성검사에 대입해보면

적성검사는 결국 지능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많은 대기업들이 적성고사를 실시하는 이유가 그 결과가 '학벌'의 상위호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면, 괜히 미래인재 타이틀을 걸고 있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튼 적성검사는 단시간에 풀어야 해서 시간 배분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사람인 적성검사로 연습을 한번 해보았다.

별 생각없이 보니, 풀릴듯 말듯한 문제가 눈에 밟혀서 시간 배분에 실패하고

60% 정도 밖에 못풀었다.

멘붕이었다.

실제 시험때는 문제 당 시간부터 확인하고, 못 풀겠으면 무조건 넘어가자는 마음을 굳게 먹었었다.

 

실제로 시험을 본 날은 토요일, 외할아버지와 어머니 생신 잔치를 한 날이었다.

외갓집에서 잘 먹고 오니 밤과 저녁 사이였는데

머리가 조금 아픈 것 같기도 해서 내일 볼 까 생각했다.

그래도 일요일까지 봐야 하고 토요일이니 그냥 보기로 마음 먹었다.

 

집 컴퓨터는 무선인터넷만 되서, 그게 문제였다.

네트워크 불안정해서 끊기면 다시 시험 응시를 못한다고 안내했기 때문이다.

쓰다보면 실제로 인터넷이 한번씩 끊어지는데,

그렇다고 온라인 게임할 때 큰 문제는 없어서 설마 100분 안에 끊어질까 싶어 그냥 응시했다.

밖에 비도 와서 PC방 가기도 싫었고, 코로나 시국에 PC방 가는 것도 좀 그렇고, PC방에서 시험보는 것 자체도 싫었다.

 

하지만 시작한 지 몇 분 안되서 오류가 떴다.

보니까 인터넷 연결이 끊어져 있었고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문제를 풀었었다.

당연히 엄청 당황했는데 안내를 읽어보니, 딱 한 번 기회를 다시 준다고 했다.

 

결국 PC방으로 이동해서 시험을 봤다.

은은하다고 하기엔 조금 센 담배 냄새 속에서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32인치 모니터의 압도적 몰입감 덕분에 집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100분 동안 전부 이어서 봐야하고,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유형 안내하고 남는 몇 십초 시간이 쉬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각 유형 별로만 주어지기 때문에 자신있는 유형에서 시간이 남았더라도 그냥 버려지는 시간이었고

잘 못하는 유형에서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제출당했다.

 

최대한 다 풀려고 노력했지만 다 못 풀기도 했다.

다 해서 못 푼 문제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만큼 적지 않았다.

 

중간에 뒤에 친구들끼리 왔는지 엄청 떠들어대서 집중이 흐트리지고

단시간에 집중해서 푸는 게 반복되다 보니까 점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는데

정신 차리면서 풀었다.

 

시간 분배해야 하기 때문에 봐도 잘 모르겠으면 넘겨야 했는데

그렇다고 막 넘기면 풀 문제가 없고

안 넘기면 시간 분배가 어려웠고

그 사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인성검사는 적성검사에 이어서 진행했는데

당연히 여유롭게 풀었고,

안내받은 100분에서 실제로는 더 일찍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서류 발표였고

스펙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인적성도 망한 거 같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은 채로 서류 발표를 맞았다.

그래도 말이 기대를 안 한거지, 서류 합격 날에는 수시로 사이트 들어가서 발표 나왔나 확인했다.

어차피 문자로 안내 날아왔었으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발표때 심정은 전산오류전형 합격인가..? 싶었다.

 

그리고 김칫국 마시면서 생각했던

만약에 면접봐야하면 언제 준비하고 복장을 어떻게 하지라는 문제가 현실화되었다.

 

텐서플로우로 생기초 코드를 짜보긴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생기초라 도움이 안 되었고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구체적인 차이, CNN이 뭔지 RNN이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여서

사놓았던 입문 서적으로 개념에 관해서는 전부 읽어보았다. 코드 구현을 하는 건 시간이 없어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뜬구름 잡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구 목표에 적었던 것이 객체 검출의 일종이었기 때문에 그에 관련한 동향 논문을 하나 읽어봤다.

 

그리고 5분 동안 발표해야 하는데 PPT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PPT도 만들었다.

최종적으로 단순하고 깔끔하게 만들었는데 그거 만든다고 몇 시간을 썼다는 게 안 믿길 정도였다.

디자인 영감이 너무 안 와서 예전에 만들어놨던 거랑, 검색해서 템플릿 참고해서 만들었다.

템플릿은 조합해놓은 건 예뻤는데, 일부 요소만 따놔서 쓰면 안 어울려서 실상 도움은 안 되었다.

 

면접 복장도 문제였는데, 단정한 복장이면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면접인데 정장 입어야 하나 고민했다.

다 정장인데 나만 캐주얼하게 입고 올까?

다 캐주얼한데 나만 정장일까?

 

결국 정장이지만 캐주얼하기도 한 세미정장을 입기로 했다.

정장이 없어서 정장도 사야 했다.

다행히 재난기본소득으로 살 수 있었다.

이 면접보려고 정장사고, 구두도 샀는데 오버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어차피 이제 정장도 필요한 나이인데, 이 기회에 사자는 생각이었다.

 

정장은 꽤 마음에 들었다.

 

이제 면접만 보면 되는데, 5분짜리 발표 외우기가 이렇게 어렵나 싶었다.

세부적인 표현은 두고 문장 단위 내용까지만 외워서 발표 연습하고

기차타고 올라가면서 되뇌이고, 면접 전에 시간 남아서 되뇌이면서 준비했다.

 

기차 시간이 좀 애매해서, KTX타고 서울로 올라가고 면접장 근처까지 가니까

2시였다.

근처에 있을 곳이 없어서 일단 그냥 들어가봤는데

면접보려면 시간이 남아서 그런지 명단 위쪽에서 찾는데 이름이 없어서 확인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시간에 맞춰서 입장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미 공지된 내용이긴 했는데, 어느정도까지 허용되는지 몰라서 일단 들어가봤는데 10분 전에 오라고 했다.

 

명단을 자세히 볼 기회는 전혀 없었지만 대충 보니 면접 대상자가 꽤 많은 것 같았다.

다시 나가서 그냥 걸어다니면서 5분 발표와 예상 질문과 답변을 되뇌였다.

 

시간 맞춰서 다시 들어가려니 상당히 긴장되었다.

면접 대기실이 하나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들어가니 소수의 면접 대기자분들이 계셨고

담당자분께서 안내를 하는 중이었다.

 

다대다 면접이 아니라 한 명이 들어가서 두 분의 면접관과 면접을 보는 형식이었고,

그래서 면접 대기실에서 잠깐 대기해서 안내받고 바로 면접보고 끝나는 형식이었다.

 

안내를 받고 들어가는데 입구 옆에 내가 지원한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가 붙어있어서 잘못되었나 싶었는데

들어가니 이미 내 PPT 자료가 준비된 상태였다.

 

준비된 5분 발표를 했는데, 처음에 연습한 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는데

마지막에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나서 잠시 발표가 끊기기도 했다.

 

목소리가 작고 발음이 별로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봐서 잘 전달되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전달상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처음부터 받은 질문이 상당히 날카로웠다는 거다.

전공 면접이고 저학년인 상태라,

이 분야에서 뭘 하는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지

이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거고, 어떻게 공부할 건지 그런 질문을 예상했는데

완전히 허를 찔렸다.

 

목표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과

실제로 이런 걸 하는 게 도움이 되겠냐라는 것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왔다.

 

당황했지만 평소에 생각하던 걸 적었던 거라

준비하지 못했어도 할 말은 있었다.

다만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조리있게 말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 다른 면접관분께서는 전공을 선택한 계기와 성적에 대해서 물으셨다.

전자공학을 생각했던 건 솔직히 고1때 잠깐 반도체공학과 생각했던 거 말고는 없었고

실제로는 기계공학 or 산업공학 or 컴퓨터공학 -> 의대로 목표가 바뀌었기 때문에

처음에 고1때 반도체공학과를 생각했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솔직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들어가보니 예전의 꿈도 있고 내부에서도 진로가 워낙 다양해서 진로 탐색을 해보니 잘 맞는 것 같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너무 밑바닥(?)이 아니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15분 넘게 지나 마지막으로 할 말을 하라고 했다.

이미 면접 망했다라는 직감이 크게 와있어서,

지금까지 의심하지 않았는데 면접관님께서 지적해주신 덕분에 부족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서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왜 이게 필요한 것인지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불합격하더라도 내 목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공부해서 이루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실제로 합격하겠다는 기대는 거의 없었다.

내려가는 기차는 ITX새마을이어서 한참 가야 했는데

그때서야 면접에 대해서 엄청 검색해보고, 아 이렇게 준비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합격 발표는 고작 이틀 후였고

물론 이번에도 기대는 안 했지만, 합격 발표는 기다려졌다.

 

 

서류때보다 더 놀랐다. 전산오류 합격을 더 강하게 의심했지만 아무튼 좋았다.

부족한 점을 수용하겠다는 자세와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학부 수준의 지식뿐만 아니라 더 심화된 공부도 했었다는 사실에서

잠재력을 인정해주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학년이라 지원분야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건 감안해주셨던 거 같다.

 

인성 면접은 전공 면접보다 여유롭게 준비했는데

현대차 정몽구 재단 면접을 비롯해서 장학생 면접 후기들을 찾아보면서 예상 질문을 뽑고 준비했다.

 

인성 면접은 좀 더 시간에 맞춰서 갔다.

인성 면접은 다대다 면접이었다.

도착하니 같은 면접조에서 제일 늦게 도착했다.

이번에도 막상 도착하니 너무 긴장되서 그냥 손만 풀고 있다가

다른 지원자분이 말을 꺼내면서 지원자끼리 조금씩 이어지던 대화를 지나 면접장에 들어갔다.

 

자기소개를 1분 정도로 해야 했는데, 나는 전공면접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준비했었는데

첫 번째 분이 자신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자기소개를 하길래 상당히 당황했다.

내가 두 번째라서 급하게 자기소개 내용을 머릿 속에서 수정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자기소개를 하다가 좀 버벅였고, 긴장해서 그랬다고 하고 다시 이어서 자기소개를 마쳤다.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여서 더 긴장하게 되었다.

 

뭔가 거창한 질문을 하실 줄 알았는데, 이미 전공 면접을 봐 서였는지

가벼운 질문들이 주가 되었다.

 

먼저 개별 질문이었는데,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신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그런 분들께는 거기에서 무엇을 배웠냐는 질문이 들어왔고

나에게는 솔직하게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솔직하게라는 말이 있어서 자기소개서에 쓴 것이 가식적으로 느껴진 건가 싶어서 살짝 당황을 했지만

평소에 꿈은 이상적인 삶의 목표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것을 솔직하게 답변했다.

 

개별 질문에 이어서는 모든 지원자에게 공통 질문이 들어왔다.

 

스승의 날에 무엇을 했느냐

등록금 외에도 지원비가 나오는데 어떻게 쓸 거냐

취미가 무엇이냐

장학재단 행사에 잘 참여할 수 있겠느냐

라는 질문이었다.

 

질문에 답한 걸로 추가적인 질문이 들어오기도 했다.

 

나는 가감없이 솔직하게 전부 말했다.

 

스승의 날은

저번 학기때 감명 깊게 들은 교수님께 감사 메일이라도 보낼까 고민했는데

학기도 얼마 안 지났고, 그 이후에 뭔가 한 것도 없기도 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그래서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고등학교때 선생님은 감사 인사 보내고 싶은 선생님 연락처가 왜인지 없어서 연락을 안(못) 했는데

이런 이야기는 안 했다.

 

학기당 18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은 처음엔 노트북 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트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건 공돈이라고 생각했을 때 순간 든 생각이었고

부모님 카드로 생활비 쓰고 있어서 지원금은 생활비로 쓸 거라고 했다.

실제로 엑셀로 얼마 쓰는지 기록해두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액수로 대답을 했다.

 

긴장한게 티가 많이 났는지 면접관께서 긴장 풀어라,

입사 면접도 아니고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시면서

 

영화보는 거 좋아햐냐,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영화가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이것도 순간적으로 안 떠올라서 바로 답을 못했는데 넷플릭스에서 본 SF영화가 떠올라서 그걸 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질문에도 지원자의 성향이 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의 마더라는 영화였는데,

초인공지능 로봇이 인류를 멸종시키고,

선별적으로 인간 배아를 키워 신인류의 엄마로 키워내는 영화였다.

내가 인공지능 + 교육이라는 스토리로 지원했었는데 의도하지도 않았는데도,

기생충이나 조커같은 걸 말할 수도 있었는데 이런 영화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사람이 많다보니 막상 대답한 것도 많이 없었는데 30분 면접이 금방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가벼운 질문들이었기 때문에 이걸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실감되지도 않았다.

 

끝나고 나가니 비가 와서,

고맙게도 우산을 챙겨오신 다른 지원자분의 도움을 받아 지하철역에 갈 수 있었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기대를 좀 했다.

면접 분위기는 좋았고,

면접은 분위기 좋아도 떨어지는 것이지만 누가 떨어질지는 모르는 거니까 기대가 되었다.

 

발표날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문자가 오지도 않았는데 합격자 발표가 떠있었다.

불합격인가? 생각했는데 곧바로 합격자 발표를 했다고 문자가 왔다.

 

 

덜덜 떨면서 합격자 조회를 했는데 합격했다!

말 할만한 사람들에겐 다 자랑했다.

 

실제로 이룬 성과가 크게 없지만,

가능성을 믿어주어 뽑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들기도 한다.

봉사활동도 안 하고 살아왔는데, 이 기회에 봉사의 뜻 깊음도 배워보려고 한다.

 

이제 합격 발표난지 일주일 지난 시점이라 관련해서 뭐 한 것은 아직 없고

여전히 과제에 치여 살고 있다.

 

그래도 나도 각종 후기 보면서 준비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때 기억들을 자세히 남겨두고 싶어서 길게 시간을 내어 글을 썼다.

 

이거 쓰는 데 총 5시간 가까이 걸린 거 같다.

과제하고 복습했어도 좋았겠지만 지금 아니면 쓸 수 없는 이야기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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