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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세 포기 이야기

일상

by 엘빌스 2019. 6. 2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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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에 다이소에서 페퍼민트 씨앗을 샀다.

 

미니화분에 키우는 거라서 씨앗이 몇 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꽤 많았다.

 

그런데 너무 작아서 먼지랑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어쨌든 씨앗을 심었다.

 

골고루 뿌렸다.

 

며칠 지나서 싹이 하나 났다.

 

가장 가장자리였다.

 

싹이 나자 자라는 건 금방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새싹치고는 좀 자랐다 싶을 무렵

 

그 근처에서 또 새싹이 올라왔다.

 

이 새싹도 하루가 다르게 자랐지만

 

먼저 자란 새싹보다는 조금 느린 것 같았다.

 

격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맨 처음 자랐던, 하루가 다르게 자랐던

 

그 민트가 점점 느려지더니

 

멈춰섰다.

 

적당히 굵어진 줄기에

 

좌우로 하나씩 난 잎에서

 

멈췄다.

 

그즈음 또 다른 구석에서

 

작은 새싹이 하나 더 보였다.

 

이 새싹은 기대와 다르게 크지 않았다.

 

계속 새싹이었다.

 

조금 느렸지만 계속 자라던 그 민트는

 

어느 순간 멈춰선 첫번째 민트를 따라잡았다.

 

첫번째 민트는 햇빛 방향에 따라서 움직이는 걸 보니

 

죽은 것 같지는 않은데 왜인지 더 자라지는 않고

 

줄기만 조금씩 더 두꺼워졌다.

 

그새 계속 자라던 그 민트는 첫번째 민트를 훌쩍 넘어섰다.

 

세번째로 자란 작은 민트는 여전히 작았다.

 

너무 천천히 자랐다.

 

첫번째 민트는,

 

불안했던 예상대로 성장이 멈춘 그 상태에서

 

점점 색이 어두워지면서 말라가다

 

결국 잎이 흙을 보게 되었고

 

그 상태에서 완전히 말라 비틀어졌다.

 

두번째 민트는,

 

이제 내 가슴 언저리까지 올 정도로 자랐다.

 

중간에 자기 무게를 못 이겨 넘어졌었다.

 

밤에 넘어진 건지 자고 일어나고 나서야 확인했다.

 

햇빛을 받아서 넘어진 상태에서 햇빛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약간 과장되게 표현하면 N자와 같은 형태였다.

 

완전히 휘어버린 줄 알았지만 그냥 둘 수는 없어서

 

지지대를 꽃고 줄기가 일자가 되도록 묶어줬다.

 

다음 날 보니 다시 일자로 펴진 모습이었다.

 

더 놀라웠던 건 이 다음이다.

 

다시 잘 자라나 싶었다.

 

그런데 완전히 넘어져 있던 거다.

 

당황해서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줄기가 완전히 꺾여 버렸다.

 

흙은 쿠션처럼 푹신하기만 했고

 

민트는 너무 길어지고 무거워진 거다.

 

아, 이번엔 진짜 죽었구나 그런 생각이었다.

 

바로 뽑아서 밖에 던져줄까 싶었는데

 

이미 많이 커져서 두꺼워진 줄기를 만지고 있자니

 

뭔가 좀 그랬다.

 

다시 지지대를 단단하게 꽂아주고

 

튼튼하게 일자가 되도록 묶어줬다.

 

이제부터 말라가겠지만 그래도 마른 상태에서 뽑아야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

 

그런데 그대로 살아났다.

 

며칠 두니

 

줄기 꺾인 부분에서 흰 무언가가 보이고

 

꺾인 부분이 단단해졌다.

 

잎은 여전히 싱싱했다.

 

그대로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 내 가슴 근처까지 올 정도로 자랐다.

 

여전히 새 잎이 나고 있고 줄기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오고 있다.

 

세번째 민트는,

 

거의 안 자라길래 첫번째 민트처럼 자라다 멈추고 말 것 같았다.

 

그래도 꾸준히 자랐다.

 

잎도 작고, 줄기도 가늘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 친구는 여전히 화분을 내려다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꾸준하긴 한데, 너무 느렸다.

 

그래도 첫번째 민트처럼 멈추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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