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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가능한 선택 (2022 미래지식 포럼 후기)

일상

by 엘빌스 2022. 2. 2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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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네이버 카페 자체에 잘 들어오지 않는데,

우연히 들어갔다가 올라온지 얼마 안 되는 미래지식 포럼 현장 초대 게시글을 보고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해 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17일 목요일 ASSA 빌딩으로 강연을 들으러 갔다.

생각보다 멀었고 유독 추웠던 날씨로 기억한다.

하지만 강연이 그 이상으로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현장 참여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첫 번째 연사 김경일 교수님은

사람은 불확실한 것을 싫어 하고 확실한 것을 중요한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을 타이어 판매점을 예시로 설명해주셨다.

'앗! 타이어 신발보다 싸다'보다 '타이어 3개 사면 하나 공짜'가 매출을 3배 일으켜 세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조망이론에 따라 이익에서는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하는데

유독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국의 '우리' 문화를 통해 설명하셨다.

내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가지고 있다면 원하고, 그것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성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단에 있어서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Dirty Money와 Clean Money 비교 실험을 통해 확인시켜주셨다.

왜 땀을 흘려 번 돈은 소중하고, '꽁돈'은 쉽게 쓰게 되는지도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었고,

왜 올바름을 추구해야 하는지도 실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왜 선택에서 중요한지 보험 판매의 예시를 들어주셨는데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순간 오히려 주도권을 잃고 끌려다닐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직전의 큰 성공이 오히려 좋은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강연에서는 디지털 이큅먼트 사의 사례를 들어주셨는데 비슷하게 무너진 업계 일류 기업들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중요한 것은 그걸 마치 기업에 국한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던 것을 한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AI는 AI는 Unique하지 않고 Average Self라는 점을 짚어주셨다. 현재 관련 기술들의 한계가 전부 이러한 것에서 걸리는데, 이는 세 번째 강연에서 기계의 판단의 한계를 짚어주신 김상현 교수님의 강연과도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강연은 현재까지 모든 기계는 튜링머신으로 환원될 수 있고,

튜링머신은 수학적 개념이며,

따라서 괴델의 불완전성 원리에 의해 기계가 답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러나 인간은, 적어도 그런 함정에서 빠져나와

무엇이 문제인지 그 자체를 자각할 수 있는 존재임을 지적해주셨다.

 

그리고 이것이 데이터에서만 답을 찾는 현재 AI 기술이 흉내낼 수 없는 인간 사고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연사 신지영 교수님은 언어감수성이 왜 중요한지, 선택과 연관지어 설명해주셨다.

많이 경험해본 것처럼 과거에는 아무렇지 않게 쓰였던 말들이 지금은 문제가, 심지어 심각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 방식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이 있기도 하고, 그 사고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사회 구성원 전반적으로 차별과 혐오 표현에 민감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어의 높임법이 사람 위에 사람있고, 사람 아래 사람있다는 사고 방식을 강요한다는 점을 지적해주신 점은

평소에 의식하지 못한 부분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외에도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을 언급하시면서 행복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라는 점을 짚어주셨다.

 

관계는 결국 말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그런데 서로 대화할 때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언어감수성이

여러 이유로 다른 누구보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시면서

대화할 때 상대의 감수성을 고려하는 것 ㅡ 왜 내 말이 그렇게 이해되었는가? 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1부 대토론에서는

선택을 유보하는 것도 '능동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이 있었는데,

용기내어 선택을 하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내어 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대부분 Deadline은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게임의 규칙을 회의하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삼수해서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그게 큰 의미없다는 걸 느끼면서 더욱 공감되는 말이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몇살에 무엇을 한다는 이런 생애주기가

우리를 강하게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네 번째 강연과도 이어지는데, 네 번째 연사이자 2부의 첫 번째 강연에서는 최샛별 교수님이

MBTI와 세대론을 잘 버무려서 강연해주신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MBTI 열풍은 물론이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세대별로 생각하는 방식과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하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사회가 우리를 조종한다는 굉장히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내가 정말로 진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그 보이지 않는 우리를 지배하는 실을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불확실한 세계에서의 논리학이 베이즈 추론이라는 답변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그걸 듣고 그 부분을 더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기계의 선택을 걱정하기 보다 기계를 이용해 더 나은 선택을 하라는 말도 인상 깊었다.

 

다섯 번째 강연은 진화심리학자이신 전중환 교수님의 강연이었다.

흔히 상상하는 총사령관 자아는 없으며 그러한 자아는 실제로 언론담당관에 가깝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러한 점으로부터 왜 '내로남불'을 저지르는지,

정확한 이유도 모르고 선택한 것을 합리화하는지 설명하셨다.

 

'무덤에 소변을 봐도 되는가?'에 대해서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 합리화하는 과정은

솔직히 나도 똑같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터부라는 것이 결국 이성적인 이유보다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부족심리에서 기인한 근본적 귀인 오류와 ㅡ 원래 그렇다고 믿는 것

정상적인 사람들이 집단에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가짜뉴스를 믿다는 부분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마지막 강연에서는 김헌 교수님이 철학을 소재로 강연을 하셨는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소크라테스와 트라시마코스의 논쟁을 이야기해주실 때는

마지막 강연이라 몸이 꽤 지친 상태였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들었었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유명하기도 하고 많이 들어봤고 트라시마코스와의 논쟁도 들어봤지만

어떻게 모순을 이끌어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는 못했는데, 이번 강연에서 그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플라톤이 철인정치의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디온의 요청을 받아 시라쿠사에서 정치를 하다 시련을 당한 이야기,

이소크라테스의 사상이 알렉산더의 그리스 제국 탄생에

기여한 바가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접한 이야기라서 무척 흥미롭게 들었다.

 

2부 연사 대토론에서도 여러 좋은 질문이 나왔지만 마지막 질문이

어떤 질문을 던지는게 좋은가? 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 중

판단의 기준으로 이익인가?, 올바른가? 그리고

아름다운가? 를 생각해보면 좋다고 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다.

 

공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이익이었고 그리고 올바른가까지는 생각의 범위에 닿아 있었지만

아름다운가라는 부분은 명확한 생각의 범위에 속해 있지는 않았다.

그런 것들은 그저 개인적인 선호일 뿐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충분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한 번씩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을 상기하고 마음을 다 잡는데,

이 말이 강연에서 언급되서 무척 반갑기도 했다.

 

이번 강연에서 개인적으로 하고 있던 여러 생각들 ㅡ 딥러닝의 한계 그리고 깊어지는 사회 갈등 ㅡ 을 명확히 정리해주시기도 했고,

앞으로 해야할 것에 많은 통찰도 얻은 것 같다.

그리고 현재 사회적 여러 이슈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짚어가주신 덕에

사회문제에 이해도를 더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양질의 지식을 나눠주신 연사님들과

포럼을 기획해주신 정몽구 재단, 더나은미래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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