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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2023) & 웡카 후기

자료나 생각들/영화

by 엘빌스 2024. 5. 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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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에 영화 카테고리를 보니까 마지막으로 쓴 것이 2020년이니, 거의 4년 가까이 되어서 후기 글을 쓴다.

그 사이 영화관이든, OTT든 본 영화는 많은데,

구태여 후기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러니까 여운이 강한 영화를 오랜 만에 보았다.

바로 괴물이다.

 

웡카는 사실은 감명 깊게 봐서 쓰는 건 아니지만 괴물이랑 같이, 정확히는 보기 전에 본 영화라서 같이 후기를 남긴다.

 

웡카는 보기 전부터 후기를 익히 들어서, 딱 가볍게 볼 생각으로 본 영화다.

유치하다, 가족 영화다라는 평을 들었었는데, 정말 적절하다.

시간대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전일 뿐, 진지한 프리퀄은 아니였다.

다만 뮤지컬 영화이고 영상미도 화려해서 쉬는 마음으로 편히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동화라고 생각하고 보면 적절한 것 같다.

날게 만드는 초콜릿은 아무리 타협해도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스럽게 보았다.

 

다음, 영화 괴몰은 2023년 일본 영화이다.

한 사건이 세 명의 주인공 시각으로 비추어지는 구성을 취하면서

 

하나의 시각에 이입하고

또 그게 깨지고 의문이 생기고 의문이 해결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그런 영화였다.

 

지니TV 코멘트를 보고 들어가서 배경지식이 완전히 없는 상태는 아니었다.

"소수자"라는 코멘트가 있길래 "성소수자"를 괴물로 빗댄건가? 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첫 번째 엄마의 시각에서 오히려 내가 편협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싱글맘이라서 소수자였구나 그런?

그러다 엄마의 아들이자 남주인공 중 한 명인 미나토가

평범하게 가족을 이루고 살때까지 책임지겠다는 엄마의 말 이후에

나는 아빠처럼 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차 문을 열고 떨어지는 장면에서

아 역시 동성애인가? 이 친구가 동성애자라서 괴롭힘을 받는건가? 라는 생각으로 흘러갔다.

 

엄마의 시각에서 아이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이다. 으레 또래 친구의 학폭이겠거니 했는데

극이 진행되면서 가해자가 선생님으로 나타난다.

엄마는 학교에서 면피하고자만 하는 교장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기계적인 사과를 들으면서 울분을 터뜨린다.

 

인간의 마음이란 있는가?

 

이것이 극에서 등장한 맥락이다.

 

특히 가해자로 지목된 호리 선생님은 학부모 면담 중 웃거나, 사탕을 먹는 기행으로 싸이코패스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호리 선생님의 시점으로 넘어가면서 불난 빌딩 첫 장면으로 돌아간다.

호리 선생님은 싸패가 아니라 지극히 정상이지만 사차원인 사람이었다.

 

사탕을 먹은 것은 여차친구의 조언에 따라 긴장을 풀기 위한 것 뿐이었다.

웃거나 그런 것도 긴장 때문에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오히려 호리는 착하고 좋은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제한된 정보로 편집된 그 사람은 첫 번째 시각에서 악마적으로 보였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을 잠깐이나마 학교의 흑막인가, 하는 시각으로 보았다는게

물론 의도적인 연출이 그런 거였지만 나 역시 이렇게 쉽게 편집된 사실로 현혹될 수 있다는 것에

무언가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아마 최근 강형욱 훈련사 사례가 겹쳐져서 떠올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호리의 시각에서는 미나토가 오히려 동급생인 요리를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미나토의 시각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학폭의 피해자가 요리이고,

학폭의 가해자는 동급생 3명이었다.

미나토는 학교에서는 방관자이거나 소극적 가해자였지만

뒤에서는 요리와 친구였다.

 

돼지의 뇌를 가진 사람이 사람인가?

 

라는 질문은 영화의 초반에서 언급된다.

미나토가 자조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 문장은

사실 요리의 이야기였다.

 

영화에서는 굉장히 담담하게 묘사되어서

미나토와 요리는 어릴 때의 절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 곳곳에 있는 흔적은 분명히 동성애를 가리키고 있다.

 

요리는 이미 동성애자 = 돼지의 뇌를 가진 사람으로

편부인 아버지에게 학대 받고, 학교에서도 괴롭힘을 받았다.

미나토는 그런 요리와 조금씩 어울리다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엄마와 선생님의 시선에선 이런 사실이 감추어지면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보여지게 된 것이다.

 

진짜 가해자는 따로 있는데 애먼 사람들이 이렇게 가해자로 편집될 수 있구나

그냥 평범한 사람도 악의적인 프레임에서는 괴물이 될 수 있구나

 

들어서는 아는 이야기지만 뭔가 각자의 시각에 휘둘리다가 진실을 맞이하니

여기에서 오는 충격이 꽤나 컸다.

 

그저 아이를 보호하고 싶었을 뿐인 엄마가

교직원에게 악성 민원 학부모 괴물이 될 수 있고

 

다소 정제되지 않았고 미성숙한 면도 있지만 착한 교사가

악의적으로 학생을 괴롭히고 학부모를 모욕하는 선생 괴물이 될 수 있고

 

동성애게 성적으로 끌리고 좀 여성스러운 친구가

돼지의 뇌를 가진 인간 괴물이 될 수 있다.

 

아이가 돼지의 뇌를 가진 것 때문에 학대하지만

한편으로 다정한 아버지라고 아이가 이야기 하는 아버지도 있다.

 

작중의 교장도 본인의 사회적 위신 때문에 자신의 사고를

남편에게 넘기고,

학교를 위해서 기계적으로 학부모를 응대하고

잘못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호리 선생님에게 책임을 씌우지만

 

학생 미나토에게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선생님이다.

 

예전에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라는 영화를 보고 후기를 썼었는데

그 영화도 일본인이 나오고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때 기억도 소환되는 것 같다.

정말 공요롭게도 이제는 고인이된 사카모토 류이치가 공통적으로 OST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간은 본래 입체적이고 성인(聖人)이 아니다.

재단하려고 하지 말고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에 많이 든 생각인데

이러한 생각을 정면으로 다뤄주는 영화를 만나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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