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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과 문제해결: Top-down VS Bottom-up

스터디플래닛/문제해결

by 엘빌스 2019. 5. 1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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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과 문제해결

 

prologue

Problem Space

Top-down VS Bottom-up

2018학년도 수학 영역 30번 (1)

2018학년도 수학 영역 30번 (2)

수학 공부와 문제해결

 

Top-down VS Bottom-up

 

순행 추리와 역행 추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순행 추리는 문제의 단서에부터 시작해서 원하는 목표를 찾는 추리 과정이다.

그리고 역행 추리는 원하는 목표에서 시작해서 하위 목표를 만들면서 문제의 단서를 이용하는 추리 과정이다.

 

문제 풀이에서는 순행 추리가 잘 이용될까? 역행 추리가 잘 이용될까?

이와 관련된 연구가 있었다. 초보자와 전문가의 문제 풀이 방략에 대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물리학 문제를 푸는 초보자와 전문가의 풀이 방법 차이를 보여주었다.

연구 결과, 초보자는 역행 추리를 이용하고 전문가는 순행 추리를 이용했다.

 

그러나 관련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초보자와 전문가 모두 순행 추리를 이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초보자는 순행 추리에 실패하는 경향이 있었고 전문가는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결국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초보자는 역행 추리를 이용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순행 추리를 하고

전문가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순행 추리를 한다는 결론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순행 추리와 역행 추리가 어떤 과정으로 문제를 풀어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물리학 문제를 한번 살펴보고 가자나는 문과인데? 나는 물알못 패션이과인데?

그러지 말고 물리 식은 잘 몰라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확인해보자.

 

출처 :  https://skenergy.tistory.com/1792

 

문제는 이렇다그림처럼 빗면에 정지한 물체가 있는 상황이다내려갈 길이는 L이고 빗면의 각도는 θ이고 마찰 계수는 μ이다구하는 값은 저 구슬이 내려올 때 속도 v이다.

마찰 계수가 뭔지 몰라도 괜찮다물리학 강의를 하는 게 아니니 어떻게 쓰이는지만 그냥 보면 된다앞으로 나올 용어들도 모르면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면 된다.

 

역행 추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이렇다.

 

내가 구해야하는 값이 속도 v이니 v에 대한 식을 떠올린다.

v = v0 + at (v0는 초기 속도, a는 가속도, t는 시간)

v^2 - v0^2 = 2as (a는 가속도, s는 변위)

첫 번째 식은 a, t도 모르니 좀 그렇고,

두 번째 식은 a를 모르는 건 같지만, s L(내려갈 길이)임을 알고 있으니 두번째 식으로 계산하기로 마음먹는다.

초기 속도는 정지한 상태이므로 0이기 때문에 두 번째 식은 이제 이렇게 된다.

v^2 = 2aL, 다시 정리하면 v = 2aL

이제 a만 구하면 된다.

이제 v를 구하는 원래 목표대신, a를 구한다는 하위 목표 아래에서 문제를 풀기로 한다.

F = ma를 이용해서 a를 구하자.

여기서 힘은 중력과 빗면을 내려갈 때 받는 마찰력만 있다고 하자.

빗면에서 중력이 운동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은 F = mgsinθ

마찰력이 작용하는 힘은 F = μN (N은 수직항력), N = mgcosθ이므로

F = ma = mgsinθ - μmgcosθ 이고

따라서 a = gsinθ - μgcosθ

a를 구했다왜 구했더라 a를 알면 v를 구할 수 있지.

v = 2(gsinθ - μgcosθ)L

이렇게 문제를 해결했다.

 

순행 추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이렇다.

빗면에서 중력이 작용하는 상황이니 F = mgsinθ 이다.

마찰력이 작용하는 힘 F = μN (N은 수직항력), N = mgcosθ이므로 F = μmgcosθ

이때 F = ma 이므로 F = ma = mgsinθ - μmgcosθ 이다.

따라서 a = gsinθ - μgcosθ

v에 대한 식은

v^2 - v0^2 = 2as 이므로

이 식을 정리하면

v = 2(gsinθ - μgcosθ)L

 

 

물리의 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면 불편했겠지만밑줄 친 부분 위주라도 잘 보기 바란다.

역행 추리는 내가 구하려고 하는 값(최종 목표) v에서 생각을 시작해서 하위 목표를 설정하며 내려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반면 순행 추리는 내가 알고 있는 값(중력과 마찰력)에서 생각을 시작해서 끌어낼 수 있는 걸 정리하고 이것들을 조합해서 구하려는 값(최종 목표)를 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어떤 풀이가 더 그럴듯해 보이는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역행 추리가 적합한 영역이 있고 순행 추리가 적합한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위의 연구를 참고하면 수학이나 물리 문제의 경우 순행 추리가 선호되는 영역이다.

특히 전문가일수록 순행 추리로 푸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순행 추리의 흐름을 보면서 데자뷰가 느껴지지 않는지 궁금하다.

혹시.. 해설지?

몰라서 해설을 펴봤더니너무 당연하게 잘 풀고 있는 해설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해설지를 보고아 맞다이거 아는데 또는 아니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생각해이런 적 있지 않나?

그런 경험이 있다면 지금부터 하는 말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왜 전문가는 순행 추리를 선호할까?

그건 전문가는 문제를 보자마자 어떻게 풀어야 할지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설령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간파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올바르게 순행 추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것만으론 순행 추리를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역행 추리를 선호하지 않을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전에 다시 역행 추리 풀이 중 마지막 밑줄을 읽고 오면 좋겠다.

 

역행 추리는 어렵다역행 추리를 하려면 여러 가지 목표들을 계속 주의에 유지시켜야하기 때문이다.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풀어가다가 어느 순간 하위 목표를 정하고하위 목표를 풀어가다 또 하위 목표를 세워야할 수도 있다.

또는 하위 목표가 길어지다가 뭘 하고 있었는지 잊는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다.

사실잊지 않아도 문제다사람이 실시간으로 주의에 유지시킬 수 있는 기억은 그렇게 크지 않다여러 목표들이 주의에 유지되는 만큼 남은 기억의 공간도 적어진다.

대신 그만큼 확실한 장점도 있다최종 목표로부터 그때 그때 필요한 것들을 구하면서 문제를 풀기 때문에 해결 방법이 한 번에 그려지지 않아도 문제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때는 초보자와 전문가 모두 역행식(=하향식, top-down)으로 한다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경우 처음에 주어진 정보가 적어서 순행식(=상향식, bottom-up) 접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학 문제나 물리 문제를 풀 때는 사정이 다르다수학 문제나 물리 문제는 제시된 단서들이 충분하다.

그래서 전문가는 문제의 핵심을 곧바로 간파할 수 있다지금까지의 많은 경험 덕분이다.

뭘 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활용해서 적합한 순행 추리로 풀이를 진행시킨다.

굳이 머리에 부담을 주는 역행 추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전문가가 순행 추리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한편 초보자를 생각해보자안타깝게도 초보자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다.

문제를 보면 문제의 구조가 보이는 게 아니라 문제의 표면이 보인다.

그래서 전문가는 겉보기에 다른 문제라도 문제의 구조를 간파하기 때문에 같은 문제로 인식하지만초보자는 근본적으로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 겉보기 다른 문제를 보여주면 전혀 다른 문제로 인식한다.

이런 이유로 초보자는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역행 추리로 문제에 접근한다.

또는 문제의 본질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올바르지 않은 순행 추리를 한다.

 

정리하면

순행 추리는 주어진 것에서 시작해서 최종 목표를 향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하위 목표를 (작업기억에 담아두지 않기 때문에 기억의 측면에서 다소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최종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 사이의 길에 감각이 없다면 잘못된 길로 샐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역행 추리는 최종 목표에서 시작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풀이의 방향이 잘 잡혀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하위 목표가 늘어날수록 기억에 부담을 준다는 문제와 그렇게 기억을 잃어버리면 방향에 혼란이 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관계가 아니다.

어느 수준까지는 순행 추리를 이용하다 역행 추리로 넘어갈 수도 있고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니 상황에 따라 더 적합한 방법을 이용하면 더 좋고 합리적인 풀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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