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광군제에 쿨 앤 클리어로 유명한 SMSL의 소리가 궁금한 와중에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원박스 DAC 겸 헤드폰 앰프인 C200 PRO를 들였다.
DAC는 ESS ES9039Q2M 이라는 모바일 저전력 칩셋이지만 밸런스 라인아웃 기준 SNR/DR이 129 dB, 싱글엔드(언밸런스) 기준 126 dB로 매우 훌륭하다.
2026년 기준 자사 플래그쉽인 VMV D3R도 SNR/DR이 123 dB이니 객관적인 측정치는 매우 훌륭하다.
또한 파워 서플라이 내장형으로, 표준적인 3P를 사용하여 접지가 되고 파워 케이블 튜닝이 가능하다는 점도 좋은 장난감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블루투스도 지원하고, LDAC 코덱도 지원하기 때문에 무선으로도 고음질 연결이 가능하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작은 크기에 파워까지 들어가서 생긴 일인지, 밸런스 단자를 XLR이 아니라 TRS(일반적으로 보는 그 플러그)로 지원한다.
스피커는 TRS 입력을 받는 경우도 꽤 있지만 헤드폰 앰프는 XLR 입력을 받기 때문에 TRS to XLR 케이블이 필요하다.

USB 입력은 C타입이고, 전면의 헤드폰 앰프는 싱글엔드 6.3mm, 4.4mm를 지원한다.
다시 확실히 작성하면 전면의 4.4mm는 밸런스 출력이 아니라, 싱글엔드(언밸러스) 출력이다.
하지만 4.4mm 단자를 쓰는 제품 모두 안전하게 호환 가능하며,
16옴 기준 3W, 32옴 기준 1.5W이고, 최대 전압은 7.1 Vrms로 밸런스 출력이 아닌 것은 아쉽지만, 출력은 충분히 강하다.

기본적인 제품 소개는 한 것 같고, 소리에 대하서 이야기할 차례다.
결론부터 말하면 헤드폰 앰프로서는 가격대에서 기대할 만한 소형 거치형 수준 (포터블 기준 중급 - 50~100 수준)
DAC는 거치형 상급기(100만원+)를 운용할 것이 아니라면 종결 가능한 성능으로 생각한다.
헤드폰 앰프는 굉장히 민감한 이어폰인 SE846에서도 노이즈 없이 구동 가능할 정도로 배경이 깨끗하다.
물론 거치형이기 때문에 접지가 제대로 되어 있고 노이즈가 적은 깨끗한 전원일 때의 이야기이다.
이어폰 구동 목적으로는 충분히 훌륭하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헤드폰 앰프로서는 이 제품을 사용한 빈도는 낮다.
왜냐면 하이엔드급 평판형 제품을 듣기에는 만족스러운 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꼭 평판형이 아니더라도, 과거부터 앰프 많이 타기로 유명한 여러 헤드폰들은 음선이 대체로 얇은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힘이 좋은" 앰프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가 된다.
출력이나, 출력 임피던스 모두 일반적인 헤드폰을 구동하는데 충분히 차고 넘치지만 겉으로 보이는 출력이 다가 아니다.
구동력을 보면 1W 정도 출력이 나오는 10만원대 Class A 하이브리드 헤드폰 앰프인 아포스 그렘린(Apos Gremlin)이 더 좋았다.
그러니까 C200 PRO는 가격대에서 예상 가능한 것처럼, "힘이 좋은" 앰프는 아니다.
그래서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청자라면 잠깐 듣고서는 적당한 가격대의 꼬다리(USB DAC) 대비 좋아진게 맞나 긴가민가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데, 아 그럼 생각보다 가성비는 아닌가? 싶다고 느껴진다면 절대로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10~20만원대에서 원박스를 구한다고 했을 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DAC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투입된 물량이나, 제품 자체의 내구도 한계가 있지만
DAC로서는 여기서 종결해도 될 정도이다. 다시 말하면 좋은 헤드폰 앰프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레벨이라는 뜻이다.
쿨 앤 클리어라는 SMSL 답게 선명하고 예리한 엣지가 잘 살아 있으면서 빈약한 느낌이 없다. (기본 설정된 디지털 필터 사용)
예리하다는 표현이 거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고 적절한 잔향이 듣는 재미를 잘 살려주는 그런 소리이다.
특히 놀라운건 위에 빈약하지 않다고도 썼지만, 소리의 밀도가 꽤 높아서 저가형의 느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고역대 위주의 튜닝은 아니고, 저음도 풍성하게 잘 나온다.
여기서 끝일 정도로 소리가 훌륭한가? 물론 그정도까지는 아니다.
취향 차이로 갈리는 문제가 아니라면 거의 유일하게 느껴지는 단점은 형성하는 무대가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원스럽고 적당한 고급감까지 갖춘 소리에 홀려서 잘 안 느껴졌지만,
장시간 사용하면서는 이 제품은 무대가 넓지는 않다고 느꼈다.
좁은 느낌이라는 것도 아니지만, 광활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공기감(airy) 측면도 "인상 깊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도 꼭 주의하고 싶은 것은 사실 공간감을 가장 크게 결정하는건 당연히 첫 번째로 음원이고, 두 번째로 앰프이기 때문에
이건 같은 앰프에서 DAC만 바꿔 들었을 때 그런 부분도 있다~ 이런 이야기라는 것이다.
결국 취미의 영역이라 어디까지 지출할 것이냐는 각자 다르겠지만,
천 만원 단위의 지출을 감행할 정도로 고수의 길 (ㅎㅎ) 로 갈 것이 아니라면
개인적으로는 그냥 앰프를 올리는게 좋다고 판단한다. 좋은 앰프에 충분한 소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만큼 우수한 성능이다.
그정도로 DAC로서는 충분히 좋다는 말이다.
내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iFi의 발키리(valkyrie - 정가 200만원)와 라인아웃끼리 비교하면
성능 면에서는 전체적으로 C200 PRO가 낫다고 느낄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iFi 자체가 아날로그틱한 사운드를 지향해서 그런 탓도 있긴 하고,
다만 공간감에서는 C200 PRO보다 좀 더 나았다.
그리고 발키리도 상급 거치형 DAC과 비교하면 공간감이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는 점을 밝힌다.
정리하면 이렇다. 무난한 가격대의 원박스 제품이기 때문에, 40~50만원 정도 지출해서 좋은 헤드폰 한 번 써보고 싶다! 라고 하면
DAC/AMP로 이 제품을 선택하고 남은 차액으로 헤드폰을 고르면, 아 이래서 음향 장비 사는구나! 가 될 수 있다.
더 좋은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이제 이 제품은 순수 DAC로 쓰고 앰프만 사서 붙이면 된다.
특정 제품의 어떤 기능이 필요하다(예를 들면 ifi의 xbass)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더 좋다고 하는 원박스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여기서에서 한 번에 Class A 거치형 앰프나 진공관 앰프를 붙이는 게 업그레이드 체감이 훨씬 클 것이다.
음향적인 측면을 제외하고 가장 큰 단점을 뽑자면 꼭 이 제품만의 문제는 아닐 수 있는데
가격대도 그렇고 크기가 생각보다 작다보니, 자체적인 차폐 설계가 잘 되어 있을 수가 없고,
물리적인 내구도가 좋은 제품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문제 없이 쓰고 있지만, 이런 부분이 가격 대비 우수한 음향 성능과 맞바꾼 부분이 아닐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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