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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om-ER, LCD-4z 비교 청음 후기

자료나 생각들/음향기기

by 엘빌스 2024. 10. 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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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에 이 카테고리가 있었는지도 잊고 있었는데, 9년 만에 글을 작성한다.
리뷰를 썼던 제품 중에서 지금도 가지고 있는 제품도 있고 아닌 제품도 있는데 나중에 전체적인 후기를 리뉴얼하는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어폰을 과거 대장급이었던 IE800과 SE846 GEN2로 종결한 것처럼
헤드폰도 종결하겠다는 생각으로 AUDEZE LCD-4z를 들였다.
 
경험상 잘 알고 있고 예전에 겪어봤던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하는게 후회할 가능성이 낮아서
젠하이저 HD800S, 베이어다이나믹 T1, 오디지 LCD 시리즈 중에서 고르려고 했다.
관련해서는 나중에 글을 쓰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AUDEZE MM-500과 LCD-4z 중에서 LCD-4z를 선택했다.
 
내가 원하는 소리의 방향성과 굉장히 잘 맞았고
전통적인 오디지 사운드 계보라는 평에서 빠르게 구매 결정을 했다.
 
하지만 또 사고 생각해보니 4z는 2018년 출시이긴 하지만
원작이 되는 LCD-4의 출시 시기는 2015년이라서,
음향기기를 전자기기처럼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연식이 적지 않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구매의 동기 자체가 "끝판왕"이라는 상대적인 우위였기 때문에
내 성격상 진짜 끝판왕 격이 아닌 제품을 끝판왕이라고 "망상"하면서 쓸 수 없어서
최고 수준이라고 찬사 받는 헤드폰과 냉정하게 비교해볼 생각을 했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제품이라서 다른 제품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스스로 객관적인 위치를 자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았을 때 정전형 제품은 고압의 특수 앰프를 이용하는 제품군이니 배제하고
끝판왕으로 불리는 제품 중
이번 글에서 다루게되는 CAMETRON(카메트론) Binom-ER
HIFIMAN SUSVARA(서스바라) / SUSVARA UNVEILED
AUDEZE LCD-5
를 기준으로 잡았고
 
LCD-5는 이미 LCD-4z 구입을 고민할 때와 이미 이전에 비교 청음을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고려하지 않았다.
(비교 청음때 공간감 해상력/선명함은 LCD-5 우위,
밀도감 웅장함은 LCD-4z 우위,
확실히 경량화된 무게에서 압도적 LCD-5의 우위,
종합적 성능적으론 LCD-5 우위,
다만 LCD-4z가 이기는 부분은 다른 하이엔드와 비교해도 독보적이라
소리 결이 많이 달라서 결국 소리적으로는 급간 차이보단 취향 차이로 들었다
어쨌거나 오디지의 두 개의 플래그쉽 라인 중 하나이니)
 
서스바라 언베일드는 대학로 이어폰샵에 있다고 하는데 멀어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셰에라자드에서 Binom-ER과 비교하기로 결정했다.
 
Binom-ER은 이렇게 생긴 제품인데

이 제품이 정가 847만원의 초고가 헤드폰이라기엔 굉장히 상식스러운 헤드폰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
소재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을 감안해도 몇십만원 대의 헤드폰이라고 하면 적당한 느낌이다.
 
이 제품은 특이하게 헤드폰인데 USB-C를 입력으로 하고 있고,
내장된 DAC가 있는지 C to C로 USB 직결이 가능한 제품이다.
물론 일반적인 6.3mm, 4.4mm, 4XLR 등 연결도 가능하다.
 
이번 청음은 Binom-ER의 모든 것을 알아보겠다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비교 청음이었기 때문에
LCD-4z와 동일한 조건에서 청음하기 위해서
싱글 USB-C로 연결하는 4.4mm 단자 전용 케이블인 BM-1을 연결해서 청음했다.
BM-1 케이블만 해도 63만원에 달하는 별도 제품이다.
그러니까 정가 기준으로는 합하면 총 910만원에 달한다.
취미이고 환자의 영역이라지만 역시 아무리 봐도 적응 안 되는 가격대다.
 
소스기기는 GO BAR KENSEI (업스케일링 K2HD ON, 필터 Standard, 나머지 OFF)였고,
하이엔드 헤드폰은 거치기에 물려야 "온전한 소리"가 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포터블과 고가의 거치형 제품에 물린 소리가 같다고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고,
그것이 제 소리가 맞느냐에 대해서 전력이 충분히 확보된 수준이라면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저감도 고임피던스 헤드폰이라서 포터블 수준에서는 전력 확보 자체가 어려운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매장의 거치형 앰프는 따로 활용하지 않았다.
 
어차피 둘 다 포터블 제품에서도 구동하기 쉬운 편으로 알려져 있고
음색적인 차이는 별개로 하고, 전기적으로 임피던스와 감도를 보았을 때
Binom-ER은 42옴에 98dB/mW
LCD-4z는 15옴에 98dB/mW라서
밸런스 단자에서 저임피던스에서 최대 출력 약 0.5W, 전압 기준으로 약 7Vrms까지 커버하는
고 바 켄세이로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은 음원일지라도 무난히 구동 가능한 수준이다.
애초에 Binom-ER은 내장된 DAC로 구동 가능한 제품이니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아무래도 청음 매장은 적막하지 않기 때문에 두 제품의 온전한 성능을 매장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웠지만,
비교 목적으로는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LCD-4z는 쓰던 제품이었으니, Binom-ER만 먼저 다양한 곡을 따로 듣고
이후에는 한 제품으로 끝까지 듣고, 교대해서 듣고
마무리로 같은 음원을 중간에 바꿔 듣는 식으로 했다.
 
LCD-4z가 소장 제품이기 때문에, 주인으로서 최대한 방어적인 입장이 되기 쉽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순수하게 기술적으로는 Binom-ER이 좀 더 우수하다는 생각이다.
 
훨씬 가벼운 무게(스펙 기준 415g vs 560g)인데도 강력한 에너지, 선명함, 자연스러운 소리는 상당히 놀라웠다.
형상하는 음상도 좀 더 넓었는데 소리를 재생하지 않고 쓰기만 했을 때도
Binom-ER은 공간이 개방된 느낌을 주는 반면,
LCD-4z는 어느정도는 닫히는 느낌을 주는 측면에서 이미 예견된 차이였다.
 
Binom-ER의 소리는 과거 젠하이저의 IE800가 주었던 충격을 상기시킨다.
사실 IE800을 가진지 9년이 넘어가는데,
지금도 어떻게 이어폰에서 이런 소리가 나올까 여전히 한 번씩 놀라는 제품인 점을 고려한다면
처음 IE800을 들었을 때 받은 인상을 상기시킬 정도인 수준은 정말로 대단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Binom-ER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전 대역이 고르게 재생되는 다분히 하이파이를 지향하는 소리인데
각각의 대역이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다는 점에서 기술력, 세심한 튜닝에 놀랐다.
 
아마 추측하기로 플랫을 기본으로 각 대역에서도 주요한 포인트가 두드러지도록 튜닝한 것 같은데
저음은 기본적으로 극저음이 안정적으로 재생되는 하이엔드 제품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중간 대역 이상의 저음이 강력한 펀치감을 가지고 있고
중음은 목소리 밀도감 있는 울림과 악기의 질감이 매우 선명하게 느껴진다.
고음에서도 높은 현악기 소리의 잔향이 디테일을 가지고 묘사되고 찰랑거리는 하이햇이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초고역에서 오는 뻗어가는 개방감도 잘 느껴졌다.
 
IE800은 당대 이어폰에서 듣기 어려웠던 압도적으로 웅장한 극저음과 저음 그리고 하이햇의 찰랑거림으로
극 V자 사운드를 보여줬고 대신 보컬 백킹이라는 숙명을 얻었다.
 
그런데 IE800의 그것이 떠오르는 찰랑거리고 잔향까지 선명하게 끌고 가는 고역과
IE800의 극저음이 더 강조되면서 웅장한 저음이라기 보다는 펀치감 있는 저음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존재감을 가지는 저음이 있는데
보컬이 묻히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마찬가지로 압도적 존재감을 내뿜는 이게 가능한 것인가.
쓰고 보니 용비어천가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과장한 것은 아니다.
 
이제 LCD-4z와 비교해보면 다행히도? 딱 들었을 때 급이 다르다라는 차이는 없었다.
 
HD600과 LCD-4z (사실 LCD-2와 비교해도)을 비교해서 들을면
이게 과거의 플래그쉽과 현재의 플래그쉽의 차이구나 싶은 재생 능력에 근거한 격의 차이가 느껴지는데
LCD-4z와 Binom-ER는 그런 격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급이 다른 차이는 아니라도
기술적으로는 Binom-ER이 좀 더 우수한 것은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LCD-4z의 구입을 결정한 이유는 다른 오디지 제품과도 격을 달리하는 굉장히 밀도감 있는 소리 때문이었다.
음선이 굵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데 단순히 굵다고 표현하면 디테일은 떨어질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자사의 다른 하위 LCD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도 디테일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어서 밀도감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
굳이 음선이 굵다고 표현한다면 굵은 것들이 간섭 없이 잘 표현될 정도로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MM-500에서도 거의 준하는 밀도감을 느끼긴 했지만,
안 그래도 사실 하이엔드치고는 그래도 약간 아쉬웠던 LCD-4z의 공간감보다 더 작았다는 점과
HD600의 존재 때문에 전 대역이 고르게 재생되는 밸런스형보다 음악적으로 특색을 가지는 소리를 원했다는 점 때문에
LCD-4z로 결정했었다.
 
묵직한 저음과 상대적으로 어둡지만 정밀한 재생력을 가지는게 오디지의 전통적인 소리라고 한다면
LCD-4z는 마초적인 인상을 주기도 하는 그 소리를 이어가는 소리였다.
 
이 고음이 상대적으로 눌려 있으면서 밀도감이 상당한 이 소리는
반대급부로 웅장한 음원이나 보컬 음원에서 굉장히 호소력 있고 가슴을 울리는 것 같은 음악적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Binom-ER은 그런 성향이 아닌데도 그래서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을 들었을 때, 악기의 소리가 부각되면서도
보컬의 짙으면서 중-고역의 자극이 살아있는 울림에 놀랐다.
이래서 전 대역의 해상력이 좋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LCD-4z는 오디지 특유의 어두운 튜닝이라 고역이 눌리는 튜닝이고, 그래서 해상력으로 인지될 수 있는 그런 선명한 자극은 확실히 덜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LCD-4z가 소리의 밀도감, 호소력만큼은 좀 더 우위를 가져간다고 느꼈다.
 
LCD-4z 실제로 이어패드를 보면 Binom-ER에 비해서 깊이가 얕은데
그것에 영향 받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LCD-4z는 Binom-ER에 비해서(그리고 LCD-5와 비해서도) 소리가 더 가까이 들리는 느낌이고,
그것 때문에 딱 들었을 때 공간이 크지는 않은 느낌인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보컬의 존재감과 호소력을 더 가져갈 수 있었다.
 
드럼의 느낌에 대해서는 둘 다 극저역을 완벽히 재생하는 기기라서 수준의 차이라기 보단 성향 차이가 컸는데
때려주는 에너지감, 펀치감은 Binom-ER이 더 있었고
LCD-4z는 "상대적"으로 더 울리는 느낌으로 저음을 표현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상대적인 표현이다. Binom-ER이 굉징히 강력하고 "깔끔한" 느낌으로 저음을 쳐주기 때문이다.
SE846이 돌저음이라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한 에너지감? 같은 느낌이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오케스트라 연주곡에서도 좀 더 개방감 있는 공간감과
고역이 선명하게 살아 있는 밸런스 덕분에 Binom-ER 인상이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웅장함의 측면에서는 LCD-4z의 표현이 좀 더 괜찮았고,
음상의 측면에서 입체감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표현은 LCD-4z도 우수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귀의 피로감 때문에 고역이 조금 눌려서 자극적이지 않지만,
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야할 때는 충분히 드러내는 그런 음색을 선호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LCD-4z의 음색은 단기 인상에서 Binom-ER에 밀렸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것이 성능이 부족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런 선호는 음향기기에 투자하는게 순수 음감도 있지만
멀티미디어, 특히 영화나 AAA급 게임의 음향 효과를 누리기 위한 이유인 탓도 있다.
이런 경우에 장기간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귀의 피로감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
 
사실 그런 이유로 LCD-4z는 무게가 굉장한 약점인 헤드폰이다.
LCD-4z 조차도 오디지치고는 경량화된 무게라고 하지만,
560g은 헤드폰을 착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몸과 목을 풀어주게 만드는 부담을 준다.
 
원래 구입을 고려했던 후보 중에 LCD-XC Carbon도 있었는데 소리는 좋았지만
저음이 진짜 밸런스형이구나 싶은 느낌이기도 했고
가장 중요한 문제로, 스펙상 677g에 달하는 무게는 들 때부터 심상치 않았는데
딱 썼을 때 이건 진짜 왕관이구나 싶은 무게감을 주었어서 바로 포기했다.
 
여기서부터는 100g 차이가 진짜 크게 와닿는 걸 느꼈다.
 
그래서 결국 Binom-ER과 LCD-4z가 어땠는지 마무리하면,
Binom-ER과 비슷하게 밸런스형인 LCD-5와 LCD-4z를 고르라고 한다면
이전 비교 청음에서 확실히 LCD-4z라고 말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무게 요인을 배제한다면)
Binom-ER이랑 비교했을 때는 솔직히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미 있으니까 어차피 LCD-4z를 쓸거고,
거기에서 오는 방어기제가 분명 있을텐데도
그래도 내꺼가 더 낫네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우수함은 충분히 설명한 것 같다.
 
깔리는 극저음과 중음역대의 밀도감과 가까이에서 들려주는 듯한 음악적인 감동은 LCD-4z가 나은 것 같다는 판단이고
 
극저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도 깔끔하면서 타격감, 밀도감있게 처주는 저음, 그리고 거기서 느껴지는 기민한 반응성
LCD-4z에 비해 강조된 고역이 만들어내는 중고음역대의 전반적인 선명함과 투명함
(LCD-4z와 비교니까 이렇게 쓰는 거고, LCD-4z가 고음역대가 덜 강조된 것이다)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물리적으로 더 넓은 공간감은 Binom-ER이 우위이다.
 
갑작스럽지만, 공간감 측면에서는 그래도 역시 HD800S가 확실히 우위를 가져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HD600과 HD800, 젠하이저의 과거와 현재의 두 플래그쉽은 역시 대단하다고 기습 숭배를 해본다.
 
HD800S으로 종결할까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광활한 공간에 비해서 공간을 채워주는 밀도감,
특히 HD800S의 저음은 HDV820을 물리면 몰라도(임피던스 튜닝으로 HD800대 제품의 저음역을 보강해줌)
일반적인 제품에선 멀티미디어에서 웅장함을 살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하에 포기했지만
그 압도적인 공간감은 여전히 아쉬운 제품이다.
돈이 훨씬 많았다면 둘 다 샀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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