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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모틱] Etymotic Research hf5 - 계륵인가 합리적 선택인가?

자료나 생각들/음향기기

by 엘빌스 2013. 12. 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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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F5

 

 

   이어폰 계의 플랫의 제왕 er4의 동생인 hf5! 그러나 제왕의 동생답지 않게 사실 에티모틱의 라인업 중 가장 인기없는 라인은 바로 hf입니다. 에티모틱에는 이런 전설이 내려옵니다. '결국 er4를 사게된다' 이건 빈말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당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어폰에 돈 좀 들일 생각이 있는 분은 바로 er4로, 에티모틱꺼 들어보고는 싶은데 돈 많이 쓰기는 싫다는 분은 에티키즈, mc5로 많이갑니다. er4는 하이엔드 제품군이지만 하이엔드 중에서는 저렴한 30만(?) 선이고 에티키즈나 mc5는 10만 이하에서 구할 수 있기때문에 그 중간에 끼어버린 hf5는 인기가 없습니다. 단순 가격 뿐만이 아니라 음색도 가장 선호도가 떨어지는 음색(er4p의 음색)이죠. 하지만 그렇게 가치없는 라인이라면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을겁니다. hf5도 나름대로 매력있는 제품이고 외국에선 우리나라만큼 인기가 없지 않다고 합니다.

 

   제가 hf5를 사려할 때 h-100, 포낙, 젠하이저 mx980과 많이 고민했습니다. 포낙에 상당히 끌렸지만 이런저런 이유와 에티모틱 환상으로 결국 hf5를 선택했죠. 지금 hf5가 제 최고가 이어폰인데, 당시 그 고액을 지불하고 그 작은 이어폰을 사는데 얼마나 많이 기대했겠습니까. hf5 패키지는 못봤지만 mx980의 화려한 패키지때문에 기대 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hf5의 포장패키지를 보니 하이엔드가 아니라서 그런지 가격이 저렴한 이어폰이 아님에도 상당히 빈약했습니다. er4의 풍성한 패키지와 비교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나마 이어폰 파우치는 er4와 동일한 제품이지만 나머지 소모품인 이어팁들은 각 종류 별로 1쌍이 끝입니다. 필터도 2개가 끝입니다. 그래도 er4를 생각하며 설마 이렇게 줄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없는걸 어쩝니까. 그래도 가격이 얼만데 소리는 좋겠지라는 심정으로, 구입하기 전 수많은 사용기에서 까이는 것을 보았지만 '분명 과장한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기대를 품고 귀에 꽂았습니다. (지방이라 청음하지 않고 샀습니다) 그런데 그 악명높은 3단팁. 안타깝게도 축복받은 귀가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착용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귀에 이물감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재생을 했습니다!

 

 

   '나는 막귀었던 것인가..' 황금귀는 아니어도 이어폰 성능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돈 날렸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전혀 특출날 것이 없는 평범한 소리. 두꺼운 이어폰 솜을 장착한 오픈형 이어폰처럼 그냥 어두운 소리였습니다. 이 가격대면 다른 좋은거 많은데 이걸 산 이유는 깍두기 BA, 다시말해 사이렌이 아니라 정통 BA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커뮤니티에서 말하기를, BA는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있다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나는 BA의 느낌같은건 전혀 받지 않았고 차갑기는 커녕 고음이 다 죽어있었는데요. 엄청난 실망을 했지만 돈 주고 산걸 어찌합니까 그냥 들어야죠. 아 돈 날렸구나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지만 차음성은 소문대로 엄청났으니 그걸로 위안 삼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에티모틱 이어폰 중에서 외모로 일인자인데, 저에게는 에티모틱 중에서가 아니라 그냥 디자인 좋더라고요. 사진처럼 코발트(블루)색인데 상당히 오묘하면서 이뻤습니다.

 

   그렇게 소리는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음악을 틀었는데 그 때가 터닝포인트였습니다. 듣다보니 귀가 트인건지 갑자기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전 리시버들이 그 소리를 못낸건 아니지만 hf5는 달랐습니다. 바로 이게 에티모틱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방 더 먹었습니다. 새 제품을 산터라 이전에 가지고 있던 저의 최강 오픈형 이어폰 mx880은 안 듣고 있었는데, hf5로 음악을 듣다가 mx880으로 들었는데 소리가 왜 이렇게 흐리고 무르나요. 이 때까지 고음이 해상력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했는데 고음이 별로여도 선명한 소리일 수 있고 세세한 소리를 잡아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mx880을 듣고 그 선명한 소리에 놀랐는데 또 다시 선명한 소리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가지고 있던 헤드폰 srh440과도 비교해봤는데 꿇리지 않았습니다. '돈 낭비가 아니었구나'

 

 

   확실히 hf5가 고음은 별로입니다. 저음이 er4s대비 좀 있다지만 그건 er4s 저음이 적은거고요. 고가 이어폰에 대한 환상. 딱 듣자마자 '괜히 비싼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소리는 전혀 아닙니다. 심심합니다. er4s가 심심한 소리라는데 그건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네요. (이건 철저히 개인적입니다) 하지만 고음이 별로라고해도 그 질은 상당히 좋습니다. 하이햇 때리는 금속성 소리에서 흠짓했을 정도로 표현력 자체는 훌륭합니다. 문제는 롤오프되어 있어서... 대역폭 자체는 괜찮지만 어둡습니다. 그 대신 치찰음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음이 귀를 괴롭힐 일은 없다는 거죠.

 

   저음은 딱딱한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er4s와 비교해보면 극저음 재생이 좀 부족하고 약간 높은 저음이 올라가서 그런지 확실히 저음 양이 er4s보다는 많았지만 더 가볍고 무른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저음이 많은 느낌은 전혀없습니다. 딱 제자리 지킨다는 느낌이네요. 잔향같은건 크게 느끼지는 않았습다. 젠하이저 IE800이나 HD600 같은 것에 비하면 그보단 확실히 적습니다. 중음(보컬, 기타 등)은 역시 어두운 음색을 따라갑니다. 하지만 왜곡되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그림이 있는데 조명이 좀 어두어졌어도 그림은 충분히 느껴진다 이런 느낌정도입니다. 그리고 에티모틱 이어폰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 문제인 입체감이 없다라는 것. 좀 어둡지만 강조된 소리 없는 이어폰인데도 잘 안 들리던 소리가 더 잘 들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습니다.

 

 

   er4가 전설인 이유는 플랫이라는 것도 있지만 음의 선명도, 특히 고음과 어우러져 가히 이어폰 최상단급의 청명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생인 hf5는 그 아랫 동생인 키즈와 mc5보다 고음이 적으니 그 청명함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er4p보다도 적습니다. 즉, 에티 중 꼴지) 그러나 선명도. 이건 확실히 우수합니다. er4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하지만 비슷한 가격대 이어폰에 해상력에서 꿇리지 않을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과 비교해도 srh440에 근소한 차이로 밀릴 뿐입니다.

 

   또 한가지 장점이 있는데 이게 EQ를 잘 받습니다. EQ 조작하면 메탈머신도 가능합니다. 저의 경우 아큐디오를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er4s로 세팅해주면 앞서 말했던 저음의 가벼움도 많이 해소되며 얄포스 특유의 청명함도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습니다. 짧게 언급했는데 차음성이 좋은 것도 큰 장점입니다. 실외에서도 실내의 볼륨과 거의 비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3M 귀마개와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귓속 깊이 삽입해서 만들기 때문에 귓속에 무리가 있지않냐는 말도 있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장시간 착용을 피하는 쪽으로 해야하지 않을까합니다. 에티모틱 리서치가 보청기도 만드는 곳인데 에티에선 오히려 외부에서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아 청력을 보호하는 이어폰이라니 이건 누굴 믿을지 모르겠습니다.

 

 

   에티모틱 이어폰은 팁을 서양인 기준으로 맞추어서 대부분 한국인에게는 매우 불편합니다. 에티모틱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불편함을 넘어서 아플 수도 있습니다. 잘못하면 염증도 생기고요. 그러니 무리해서 착용하면 안되고 가능한 만큼 착용하는게 좋습니다. 지나치게 집어넣으면 팁이 찌그러지고 수명도 금방 닳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게되면 나중에 밀폐가 잘 안되 이어폰을 꽂아도 차음이 전혀 안되고 극저음은 다 빠지며 저음도 매우 약해집니다. 소모품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마지막 날개 끝이 만져질 정도가 정착용입니다. 에티에서 직접 만든 동영상도 있습니다. 링크

 

   제목의 질문인 '계륵인가 합리적 선택인가?'는 개인마다 다를 것입니다. 생각보다 hf5는 상당히 괜찮습니다. 탈 에티모틱 수준의 디자인이고 소리 수준은 er4를 넘보기는 힘들지만 사실 '짧게' 비교해서 들어보는 정도에서는 소리의 급이 많이 느껴지지 않으니 er4에 비해 심하게 밀리지도 않습니다. (하위 제품과는 비교할 정도로 들어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아깝게 저평가되고 있는 이어폰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가 이어폰 입문용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둡고 심심한 소리라 오랫동안 들어보지 않으면 그 가치를 느끼기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소리를 추구하다가 선택할 이어폰이라면 추천할 만합니다. 기본기가 탄탄하니까요. hf5 선택할 때의 고민인 er4의 존재가 문제인데, 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면 계륵, 극복할 수 있다면 합리적 선택으로 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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