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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BILIS를 회고하다

일상

by 엘빌스 2019. 5.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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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수만휘에 스탑워치 스터디팀 모집이 가능했었다. 따로 게시판이 있었고 거기에 글을 올려서 스터디원을 모집했다. 독학하다가 잘 안되서 스터디팀을 구했다. 구하면서 봤는데 신의 손이었나 아무튼 '신의'는 확실히 기억난다.

수만휘 멘토로 활동하는 사람이었고 그 분이 관리해준다는 스터디팀이었다.

그 스터디원들이 부러운 게 아니라 그렇게 당당하게 신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학생들을 관리해줄 수 있는 위치가 부러웠다. 이게 5년 전 이야기이다.

 

시간이 흘러서 수험생활을 마치고 나도 대학생이 되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나도 해보려고 했다.

2017 수능 대비

조건은

무료

학습에 대한 간섭은 X

생활 패턴은 엄격히

플래너도 올려야 하고 최소 공부 시간 O

 

stabilis라는 뜻은 라틴어로

1. 형용사 (e) 견고한, 확고한, 사람이 똑바로 설 수 있는

2. 형용사 (e) 흔들리지 않는, 변함없는, 영속하는, 항구한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함생활을 유지하자는 뜻이었다.

나에게도 적용되었다. 무료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그런데 그렇게 해도 모집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건 이미 예상한 일. 전에도 했었으니까

아무튼 모집을 마지고 스터디를 시작했다.

 

무료였지만 소액의 보증금을 받았다.

기상 인증을 해야 했고 그날 찍은 것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매일 새벽 올라오는 영어 단어를 적어서 인증해야 했다.

그리고 공부가 끝나면 플래너를 찍어서 올려야 했다.

규칙도 있었고 몇차례나 개정하면서 시간도 많이 쓴 것 같다.

그 규칙에 따라서 상점 벌점 포인트제를 운영했다.

벌점이 누적되서 포인트가 0P가 되면 보증금에서 차감하고

보증금도 전부 쓰면 보증금 환급없이 아웃이었다.

 

위의 표는 스타빌리스 1주차 공부시간 표이다. 신상 문제로 이름은 가나다로 바꾸었는데 나머지는 진짜다!

그런데 저 표 사실 예전에 내가 수험생활할 때 잠깐했던 스터디의 표를 이름만 바꿔서 쓴 거다.

그때 실패를 잊지말고 이번엔 성공으로 바꾸자는 의미로.

그리고 나름 멋있다고 생각했다.

 

표의 디자인은 주기적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이 표들은 원본 파일을 클라우드 용량 문제로 삭제해서 png 받아서 이름만 블러하고 올렸다.

전자도 꽤 지속하다가

마지막까지는 후자의 디자인이 쓰였다.

참고로 후자는 위의 배경 그림이 매주 바뀌었다.

나는 솔직히 디자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뿌듯했으니까.

 

마지막 디자인으로 바뀌기 전에는 일정 시간을 넘으면 연한 하늘색과 볼드표시로 멋지게 만들어줬다.

 

모의고사가 있는 날에는 의무적으로 스터디원들 모두 시험에 응시해야 했다.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OMR 카드로 시험 시간+조금 안에 업로드하게 해서 최대한 실전처럼 응시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점수를 취합해서 게시판에 올렸다.

모든 성적은 공개되었다.

대성학원 다닐 때 빌보드보고 그렇게 했는데, 내가 받은 자극만큼 도움이 되었었으면 좋았겠다.

 

팀원들은 초반엔 꽤 자주 바뀌었지만 나중에 남을 사람은 남아서인지 남은 사람들은 거의 끝까지 함께했다.

다만 아쉬웠던건 계속 모의고사 1등을 하던 분이 시험을 얼마 안 남기고 연락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약속대로 수능까지 함께했다.

끝나고 그래도 입시에 대해서 좀 아는게 있어서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입시 상담도 했었다.

 

스터디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온라인이지만 오랫동안 함께한 팀원들끼리 친목이 없어서였는지 적극적인 중심이 없어서였는지 거의 그대로 해산되었다. 단톡방을 만들긴 했는데 활성화도 안되긴 했고 나도 지금은 없어져서 모른다.

아무튼 그게 좀 아쉬웠다.

 

스터디 유지하려고 나도 나름 신경을 썼다.

꾸준히 커뮤니티 들어가서 좋은 칼럼, 자료 찾아서 업로드하고

업로드 자체는 자동이었지만(새벽 4시이니) 인증 영단어 올리기도 해야 했다.

모임에서 술마시고 와서 새벽에 단어를 업로드 했던 기억이 난다.

 

멋 좀 부려본다고 학생회관에서 서피스로(프로 4 모델이다) 공부시간표 포토샵 만지면서 점심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모의고사 본 날은 멋은 없었지만 표 작성하고 캡처뜨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림을 느끼면서 작업을 했고

 

무엇보다 공부시간표!!

매주 업로드해야 했는데 멋있게 한다고 만든거라 포토샵으로 만들어서 매번 순서 바꿔주고 공부 시간 계산하는 게 참 시간이 많이 들었다.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빨라졌지만 처음에는 시간 계산도 수작업으로 했다 ㄷㄷㄷ

 

또 중간에 모의고사보고 친구들끼리 모의고사 이야기하던거 생각나서 비슷하게 카페채팅으로 이야기하는 걸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그때 한번하고 안 한 것 같다.

 

그 외에 캠스터디 조금이라도 흉내내본다고 실시간 기록제도 선택으로 운영했다가 흐지부지되고.

끝까지 제대로 한 건 기상 인증과 플래너와 공부 시간 인증, 모의고사다. 그게 핵심이니 뭐.

 

다시 첫번째 사진으로 올라가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라는 글자가 정말 실제 시험지와 똑같지 않나?

저거 당연하지만 2017학년도 수능 전에 만든 거다. 경각심을 가지라고.

나는 항상 내가 볼 시험의 저 폰트를 상상했었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본 거다.

폰트 맞추려고 검색하다하다 안되서 직접 찾았던 것 같다.

글자도 다 폭 조절 해놓은 거라서 찾기 어려웠는데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고 결국 만들어냈다.

그때도 참 시간 많이 썼는데 귀찮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귀찮았으면 안 했겠지.

 

여튼 2월부터 11월까지 함께 했으니 어떻게 공부했는지 대충 아는데

시험 결과가 다들 좋지만은 않아서 너무 안타까웠다. 옆에 목표 대학에 다들 진학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

 

그렇지만 수능이 대학이 전부는 아니니까 다들 잘 해나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학으로 수험생활을 끝까지 해낸 경험은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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