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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동기

일상

by 엘빌스 2013. 12. 2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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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9월 8일에 공부 좀 해보겠다고 지금보면 오글거리는 각오 겸 반성 글을 비공개로 작성했다. 새해가 되고 그 다음 날부터 고등학교 4학년 그 이상의 생활을 하기 앞서 예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오글거려서 차마 읽지 못하고 있었지만 읽어보았다. 그 주변으로 쓴 글도 몇개 있다. 그것도 살펴보고 2012년 12월 31일에 쓴 글도 읽었다. 그것도 결심 글이다. 다 읽고 든 생각이고 이 글을 쓴 계기. 그 글을 쓴 당시엔 그것만이 옳다고 생각했고 이렇게까지 고찰하는 나는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믿었다. 자신이 있었고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알았다. 그런데 고작 1년지난 지금봐도 얼마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지, 한마디로 망상이었다. 집어보면, 동기의 문제였다. 주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것과 자신을 규정한 것. 이 둘은 하나나 다름없다. 결국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존재하고 그 존재를 입증시키기 위해 명문대학에 진학해야한다는 것이다. 나는 서울대에 진학해야만했다. 그 학교가 좋아서 그런게 아니라 나는 그 학교 간판이 찍혀있는 사람이 되야한다는 것 그냥 그 뿐었다. 농담이 아니라 다른 대학에 간다는건 상상만으로도 무서웠다. 그런데 그 이상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막연히 대학가서 경험해보면 뭔가 나오겠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아니다. 이미 내 나이때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도 있다. 이것저것 관심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 여러가지 시도해보고 나는 그 사람들 앞에서 아무 것도 안한 잉여인간이었다. 고등학생때까지 그런걸 이룰 수 있다는 의식 자체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저 시간만 따라갔을 뿐이다. 대학이라고 해봐야 거기서 별 수 있을까? 결국은 스스로 구하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까에 서울대에 똑같이 입학했어도 목표를 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학생도 있는 반면 어떤 걸 해야하는지 그저 흐르는대로 가는 그런 학생도 있다는게 나와있다. 나는 내가 잘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실 제대로 까보면 아무 것도 없으니 무서워서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막연한 미래에 맡겼을 뿐이다. 서울대라는 가치를 부정하기 위해 쓰는게 아니다. 입시는 냉혹한 현실이다. 내가 그 대학에 갈 자격이 있다면 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가지 못할 것이다. 목표로 삼는건 좋지만 어거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깡통으로 서울대에 입학해서 좋은건 몇개월 그뿐일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라는 그곳에 들어가는 순간 최고라는 집단에서 또 다시 경쟁이 시작된다. 잘난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싶을 것이다. 내가 서울대를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서울대가 나를 위해 존재할 수 있어야한다. 따라서 내가 서울대에 가야만 한다는 것은 지독한 자기기만이며 스스로 격을 낮추는 것이다. 서울대에 입학 못하면 어떤가. 거기에도 또 다른 길이 있을거야가 아니라 어떤 학교로 진학하든 똑같이 걸어야하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길을 걷는 것이다. 그렇게된다면 나는 재수를 왜 하는 것인가? 더 입학 점수가 높은 학교로 가기 위함이다. 재수 결과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재수 생활 그 자체를 경험해보기 위한 것도 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나를 시험해보기 위한 것이다. 말은 그럴싸하게 하지만 내가 주변에 통제해주는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고립된 환경에서 2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고있고 기록되어있다. 그것을 토대로 보면 전망은 밝지 않다. 이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할 수 있을 것이 아니라 다시 해볼 것이라는 생각이다. 위험부담이 굉장히 큰 결정이지만. 작년에 결심을 쓴 글처럼 이 글도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뭐라고 쓰긴했지만 사실 그냥 불안할 뿐이다. 스스로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확실히 아는건 내가 가졌던 동기라는 것은 허상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건 결국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쓰고 싶은건 이딴 말 지껄인다고 내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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