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리처드 도킨스] 신의 존재와 종교의 가치를 재평가하다 ─만들어진 신

자료나 생각들/책

by 엘빌스 2013. 12. 20. 15:13

본문

3대 금기 주제[정치, 종교, 성(性)]로 뽑히는 종교에 관한 책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크게 문제삼지 않지만 기독교 문화권이나 이슬람 문화권에선 금기시되는 무신론.

 

 

 

리처드 도킨스의 서적은 이기적 유전자로 접했고 그가 대표적인 무신론자임은 나중에서야 인터넷 상의 종교 논쟁을 보면서 알게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대시하는 무신론에 대한 주장을 당당히 내세우니 소신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든다. 나는 무종교이며 불가지론자'였'기때문에 언젠가는 '만들어진 신'을 읽어보리라 생각했고, 상당히 두꺼운 책이었지만 중간 중간 잠깐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크게 부담없이 빠르게 읽었다.

 

책의 들어가는 말부터 리처드 도킨스의 무신론과 종교의 가치에 대한 단호박같은 단호함에 놀라고 말았다. 종교 논쟁을 지켜보며 불가지론이 좋은 절충안이며 합당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들어가는 말에서 공격받았다. 확신에찬 어조로 말이다. 서두 후반부에는 의도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종교를 가졌던 독자들은 책을 덮을 때면 무신론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며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들은 약간만 도와주면 종교라는 악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정말 민감한 주제인 종교를 다루는 만큼 확신에 찬 어조와 반박에 대비한 꼼꼼한 설정과 논리로 무장되어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나누어 신/종교 이렇게 구성되어있다. 크게 이야기하면 신에 대한 부분에서 다루는 내용은 여기서 다룰 '신'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못박으며, 사회의 종교에 대한 굉장히 관용적이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임을 언급하며 여기서는 그런 존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이 있음을 보이는 논증을 반박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종교에 대해 다룬 부분은 종교가 흔한 이유와 종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순기능이 종교의 것만이 아님을 말하며 오히려 종교가 가지는 부정적인 모습을 통해 종교가 필요없다는 논리를 펼친다.

 

 

 

신은 존재하는가?

착각하면 안된다. '단언컨대, 신은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는 이 책의 메시지가 아니다. 유신론과 무신론의 정도를 1~7까지 스펙트럼으로 나누고 1과 7을 각각 절대적인 유신론, 무신론으로 나누었을 때 저자는 자신을 6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물론 7에 기울어져 있다고 덧붙이긴 했긴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6의 단계는 이렇다. [아주 낮은 확률이지만, 0은 아님. 사실상 무신론자.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신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고 신이 없다는 가정 하에 산다"]

 

그렇다면 불가지론인가? 결코 아니다. 책에서는 불가지론을 두가지의 경우로 분류하는데 실질상의 일시적 불가지론(TAP)과 원리상의 영구적 불가지론(PAP)가 있으며 신의 존재는 TAP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교 논쟁에서 불가지론을 주장하는 경우 PAP인데 PAP의 경우 말 그대로 영원히 알 수 없으며, 각 50% 확률임을 말한다. TAP는 말 그대로 일시적이며 명확한 답이 있으나 아직 알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여기서는 TAP의 입장으로 흔히 종교 논쟁에서 취하는 입장인 불가지론과 다르다. 요약하면 저자의 입장은 아직 신은 존재는 여부는 확실히 보일 수 없으나 확률적으로 없음에 기울어져있으며, 그 존재 여부는 언젠가 확실히 가져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도 없다고 생각하는게 합리적이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될 것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은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해서 마음대로 정의하는 그런 신이 아니다. 신론을 유신론, 이신론, 범신론, 무신론으로 나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아브라함 종교의 인격신이며 우주의 설계자이며 인간 세상에 관여하는 신, 즉 유신론이다. 참고로 아브라함 종교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칭하는 말이다. 이신론은 유신론 개념에서 우주의 설계자만을 고려한다. 범신론은 구체적 사례로 들면 아인슈타인의 신인데, 경이로운 우주적 법칙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다. 책에서는 무신론을 '신'이라는 이름으로 다듬은 것을 범신론이라고 말하고 있기때문에 범신론자는 무신론과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이는 비약이 아니라 범신론은 자연을 신이라 칭하는 것이므로 초자연적인 존재인 일반적으로 보는 '신'의 개념과 다르다. 이렇게 확실히 나누어 대상을 정하면 신의 정의를 흐려 논리를 무너뜨리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또 아인슈타인 등의 범신론자의 말을 인용해서 유신론을 옹호할 수 없게도 만든다. 실제 책에서 보면 이 부분에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였다. 개인적으로 도킨스의 꼼꼼함에 감탄하였다. 생각해보면 종교라는 큰 집단을 상대로하는 책이니 당연하기도 하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현재로서는 신의 존재 여부를 확실하게는 판단할 수 없음은 인정한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엄연히 이 책은 무신론을 주장한다. 신이 있고 없음을 직접 밝혀낼 수는 없지만 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의 주장을 논박하며 재치있는 사례로 신이 있음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하더라도 신이 있음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을 설명해낸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교(FSM)를 아는가? 교리도 있으며 복음서까지 있다! 자, 그럼 현재 신의 존재 여부를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신론이나 불가지론을 주장한다면 여기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어야한다. 신이나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내가 어제 숲 속 나무 안에서 본 요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제우스, 토르, 유니콘 모두 마찬가지이다. 만일 그것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존재 여부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한다.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아니라. 이게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다.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고해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충분히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없다고 생각해야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저자는 친절하게 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가설을 하나하나 반박하거나 그것의 불합리성을 보여주며, 그러면서 신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세상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설명되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하나 뽑아보자면 유명한 보잉 747과 고물 야적장이다. 생명이 우연히 출현하여 지금의 고등 생물체처럼 될 확률은 고물 야적장에 태풍이 불어 보잉 747이 조립될 확률이나 별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즉, 창조론을 옹호하는 것이다. 얼핏보면 매력적이나 이는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음을 다윈주의의 입장에서 저자는 명쾌히 설명해낸다. 생물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단순한 것으로부터 자연선택을 통해 작은 비개연성이 누적되어 '진화'하는 것, 그리고 작은 비개연성이 누적된 결과물은 처음의 것과 매우 큰 비개연성을 가지며 그로 인해 우연히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적 설계자인 신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 신의 발생은 어떻게 설명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무한 회귀에 빠진다.

 

또 저자는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기어코 틈새를 찾아내(만들어) 틈새숭배를 하는 이들을 지적했다. 그러나 과학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부분을 신으로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종교의 뿌리와 필요성

역시 리처드 도킨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명한 생물학자는 이 역시 다윈주의에 입각하여 설명해나가고 있다. 논쟁이 있는 부분이 있으나 종교의 뿌리를 자연선택이라는 강력한 도구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전세계 각지에 종교가 왜 있는 것인지 보여준다. 종교의 발생 원인을 드러내었으므로 그 대안 역시 합리적으로 제시해낸다.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 말할 때 종교의 순기능이 언급되는데 저자는 이마저도 종교없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간단히 소개하면 성경을 도덕서로 보는데, 성경에는 현재의 도덕 가치에 적합하지 않는 사례가 많음을 직접 인용하여 보인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배워야할 도덕적 가치와 비도덕적 가치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라는 문제가 따라오며 결국 우리의  도덕적 직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없이 도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종교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어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 재평가한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는 편이다. 언급했듯 논쟁이 있는 부분이 있으며, 책을 시작하면서 불교는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하였긴하나 불교 역시 종교라는 면에서 종교의 기원을 완벽히 설명하였다고 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건 이런 사항들이 도킨스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항들은 앞으로 차차 더 발전해나갈 이론일 것이다.

 

 

 

후기에서 밑도 끝도 없이 내용을 말할 수 는 없으니 이만하고, 여기서 언급하지 못한 내용들도 많다. NOMA(겹치지 않는 교도권)도 앞부분에서 잠깐 다룬다. 물론 결론은 옳은 태도가 아니라는 것. 책 뒤에 실린 '서문'도 흥미롭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신앙인들의 반박이 실려 있는데 거기에 있는 것들은 다시 반박해준다. 책을 다 읽고나니 도킨스가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종교에 反하는 행동을 하는지 어느정도 이해된다. 물론 무신론이여도 종교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질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생각하지만 거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자신이 매우 독실하고 어떤 경우라도 신앙을 지킬 수 있는 기독교도가 아니라면 기독교인은 읽지 않는게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http://farm2.static.flickr.com/1375/1072506914_fcd7060de4.jpg

http://en.wikipedia.org/wiki/God

http://en.wikipedia.org/wiki/The_Gospel_of_the_Flying_Spaghetti_Monster

http://www.religious-symbols.net/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