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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발음, 도대체 뭐가 문제냐?

스터디플래닛/국어

by 엘빌스 2019. 6. 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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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글자로 생각하는 사람?

 

나는 말로 생각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한글을 깨친게 5살일 때라는데

그 전에도 말은 했을테니까.

 

설마

말로 엄마 아빠하기 전에

글로 써서 엄마 아빠 한 사람은 없겠지?

 

너무 당연하게도

우리는 소리로 언어를 먼저 배운다.

그리고 시각으로 언어를 배운다.

 

그래서 글자-소리-의미로

글을 읽는 것이다.

 

속발음(subvocalization/subvocalizing)은

소리내지 않고

속으로 말하는 현상이다.

 

속발음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른데

실제로 말하는 것처럼 움직임이 있는 심한 속발음도 있고

기계가 없으면 감지 불가능한 매우 미세한 움직임이 있는 속발음도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후자에 해당한다.

즉, 정상이다.

 

고대, 그리고 중세까지만 해도

묵독은 일반이 아니었다.

 

읽는다는 것은

음독을 뜻했다.

그래서 옛날의 문서들은

띄어쓰기도 잘 안했다.

 

왜?

 

읽으려고 적어둔 것이니까

상관없던 것이다.

 

 

지금의 읽기 방법은

크게 음독/묵독

 

음독

-음독(일반적인 읽기)

-낭독(문학 작품 읽기)

 

묵독

-묵독(속발음)

-시독

 

이렇게 된다.

 

묵독(속발음)은

속독이 시작되면서

시비에 걸렸다.

 

속발음이 소리가 없을 뿐

소리내어 읽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웃사이더 외톨이

1:49부터 시작되는 초스피드 랩구간

약 30초 동안

297자를 말한다.

분당 글자수로 환산하면

594자

 

고작 594자 말하려고

그렇게 빨리 말해야한다고?

그러니 속독이 안 된다는 거다.

 

사실,

소리로 읽는다고 쳐도

실제로 말하는 것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속발음이 그렇게 느리지는 않다.

아웃사이더처럼 안해도

분명히 더 빨리 읽을 수 있다.

 

예전에 측정한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속발음하면

약 700~800자 사이로 나온다.

물론 나는 내가 아웃사이더라고

느껴본 적이 전혀 없다.

 

실제로

속발음이라고 할 때

거의 발음하되 소리가 안 나는 게 아니라

그저 소리의 느낌을 거쳐 읽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평범한 사람의 평균이

약 450자라고 하는 데

이 사람들이 다 랩퍼인가?

 

아직 속독측의 비판이 끝난 건 아니다.

분당 1,000자를 읽어도

겨우 속독 초보자 수준이기 때문이다.

 

즉, 속발음으로 속독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한 게 맞긴 하다.

속독은 분당 앞자리가 천단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나도 어릴 때 책 좀 읽은 편이라

빠른 편인데도

700~800자 수준이니

속독에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시독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속독도 배웠고

연습하기도 하지만

속독의 유용성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니

그 부분은 언급하지 않겠다.

 

속독(시독)이 가능한 부류는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사람

속독 훈련을 한 사람이다.

 

내가 영어를 배워도

한국어로 생각하는 이유는

한국어를 먼저 배워서 그렇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가끔 그 나라 말로 생각할 때도 있다고 한다.

많이 익숙해지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 것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보면

글자-의미로

시독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간혹 그런 경우가 아니라도

눈으로만 읽어내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주된 감각 표상 체계를 가진다.

시각적

청각적

체각적

 

이 중에서

시각적 표상 체계가

발달한 사람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냥 그런 거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청각적으로

언어를 이해하는 것처럼

그 사람들은

시각적으로

언어(글자)를 이해할 뿐이다.

 

작업 기억 이론에 따르면

작업 기억에는

음운 고리(phonological loop)와

시공간 스케치판(visuospatial sketchpad)이 있다.

 

속발음이 사라지면?

당연히 음운 고리는 이용되지 않을 것이다.

속발음이 존재하면 작업 기억의 음운 고리도 이용하게 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이해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원래 시독을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에게는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속독을 하게 되면 속발음이 사라진다고 한다.

 

맞다.

 

당연한거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속발음의 한계는

분당 1,200자 정도라고 한다.

그정도까지 안 가더라도

평소 읽기 속도보다 많이 빨라지면

자연스럽게 소리가 따라오기 힘들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빨리 읽을 게 아니면

굳이 속발음을 건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미

국어, 빨리 푸는 사람이 부러운 너에게.

에서 이미 읽기 속도에 대한 나의 의견을 밝혔다.

 

사실

속발음,

즉 글자-소리-의미로 넘어가는

그게 문제가 아니라

 

글을 읽는다고 한 글자씩 읽는게 문제다.

 

이러면 이해력도 떨어지고

읽는 속도도 느리다.

대부분 속발음이 문제라고 하면

이런 경우를 지적한다.

 

나 역시 어느정도는

읽기 방법의 개선을 통해서

글 읽는 속도를 개선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읽으면

속발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나는 청각적인 사람인지

쓱 훝어가도 의식될 정도는 아니지만

약간 소리의 느낌이 있긴 하다.

그런데 애초에 그건 본질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결국 속발음 없애고

속독해야한다고 하는데

빨리 많이 읽으면

다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을까?

 

94850923423465

기억법을 쓰지 않으면

이 정도 숫자도 제대로 못외우는 사람 기억력인데

분당 몇 천자씩 읽으면 기억에 얼마나 들어올까?

 

정보의 밀도가 높지 않은 일반 독서에는 괜찮을 수 있다.

 

그런데 몇 천자 수준의

수험용 지문을 그렇게 읽어내겠다고?

수험용 지문이 아니라도

그렇게 빨리 처리해서

책 내용을 온전히 기억하겠다고?

 

아마 당신이

언어를 처리하는 속도가 빠르면

충분히 가능하다.

평범한 사람도 많이 연습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진

평범한 사람에게

그런걸 강요하고

불안감 조성하면

 

아,

그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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