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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Sennheiser MX880 - 특색있는 올라운더

자료나 생각들/음향기기

by 엘빌스 2014. 1. 1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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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X880

 

   사진을 찍기 전에 단종된 제품이라 사용기를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생각을 좀 했었지만 혹시나 MX985처럼 후속이 나올지도 모르고 가장 애용하는 이어폰이라 그냥 두기 아깝다는 생각에 사용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구입하기 전 소니의 E888과 많은 고민 끝에 선택한 저의 첫 고가 이어폰이었습니다. 구입 후 얼마 지나지않아 E888이 단종된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웠는데, MX880도 이제는 단종한 제품이 되었네요. E888이 단종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약간 후회를 했는데 MX880에 대한 후회는 없었지만 전설로 남은 그 소리를 못들어봤다는게 아쉬워서 그랬습니다. MX980이라는 형의 그늘에 가려져 나름대로 호평이 많았지만 끝까지 마이너로 남은 MX880, 단종되었지만 사용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MX400을 사용하다가 MX880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충격은 절대 잊지 못합니다. 이렇게 밝고 선명한 소리가 있었다니! 이것도 나중에 더 높은 급의 리시버를 사용하면서 깨졌지만 여전히 MX880의 소리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E888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당시 E888은 따뜻하고 감성적인 소리의 대표 주자였고 MX880은 (젠하이저치고) 밝다, 차갑다 이런 평가가 주류였습니다. 두 성향을 비교해보니 E888쪽이 듣기 무난할 듯하여 E888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구입하기 직전 끝까지 가장 고민하게했던 내구성 문제로인해 급 마음을 돌려 MX880을 선택했습니다. MX880은 내구성이 상당히 좋다는 말이 있어 첫 고가 이어폰이니 오래 쓸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에 E888 대신 MX880을 선택한 것이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것같은 차가운 소리는 그냥 익숙해지면 상관없을 것이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용한 지 3년 들어가는 지금 저의 평은 MX880은 결코 밝지 않지않고 감성적인 이어폰이라는 것입니다. 처음 구입 당시에 느꼈던 밝음은 이전에 어두운 이어폰을 사용해서 느낀 상대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오픈형 이어폰 특성 상 이어솜(패드)의 두께와 착용 방식에 따라 소리가 많이 차이날 수 밖에 없는데, 처음엔 적당한 두께를 가진 이어솜을 사용했고 최근에는 두께가 얇은 이어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초기에 동봉된 이어솜을 사용했던 소리와 유사하며, 최근의 것은 솜을 끼지 않은 상태의 소리와 유사합니다. 젠하이저는 솜을 끼고 튜닝한다는 말이 있는데 정확히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적당히 두꺼운 솜을 착용한 상태의 소리를 MX880의 소리라고 두고 소리에 대해 쓸 것입니다. 그렇지만 후자의 경우도 간략히 쓸 것입니다.

 

 

  소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특색있는 올라운더입니다. 올라운드로 어떤 장르도 비슷비슷하게 표현해내지만 에티모틱의 플랫이나 젠하이저 HD600의 플랫과는 사못 다른 느낌입니다. 오픈형 이어폰이라 극저음이 빠지는 것을 무시하더라도 MX880은 플랫하지 않습니다. 우선 젠하이저 스타일의 부드럽고 여유있으며 극저음보다 높은 저음이 좀 더 강조된 저음이 있습니다. 솜을 빼면 소위 깡통소리처럼 굉장히 저렴하면서 약한 저음을 보여주지만 솜을 착용한 MX880은 익히 알려진 젠하이저 스타일의 저음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라운드라는 말에 걸맞게 다른 대역과 조화를 이루는 적당한 수준의 저음입니다. 또 극저음에 재생되지 않는 다는 한계에도 마치 깊게 내려가는 소리를 들려주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물론 실제 극저음이 재생되는 소리와는 다른데 적당한 양감과 잔향 그리고 뭔가 모를 튜닝이 이런 소리를 만들어내는 듯 합니다.

중음(보컬, 기타 등)은 살짝 어둡고 강조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일렉 기타같은 경우 중고음이 강조된 리시버들과 같은 시원함은 없는게 사실입니다. 이것 역시 부드러우며 살짝 어두운 느낌입니다. 음선이 굵지 않고 가는 편인데 묘하게도 소리가 올라가면서 피크를 이루려 할 때 그 특유의 찌르는 듯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어두운 듯 하면서 시원한 느낌은 다른 리시버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면입니다. 고음을 판단할 때 대표적으로 뽑히는 하이햇 소리는 역시 어둡고 강조된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약간 어두운 안개 속에서 보이는 별빛처럼 느껴지는 고음이 있습니다. 군데 군데 강조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비단 고음 뿐만이 아니라 중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그 특유의 느낌을 만들어내는지 모르겠습니다. 중음, 고음 이렇게 딱딱 나눠져 강조된 그런 형태가 아니라 곳곳에서 기복이 있고 덕분에 메인으로 나오는 소리가 뒤로 밀리기도하고 세세하게 나올 소리가 좀 더 앞으로 나와 모습을 잘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어솜이 없는 경우 그 피크의 느낌이 좀 더 강해지고 어두웠던 부분들이 좀 더 밝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두움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은 적당히 괜찮아집니다. 그러나 저음의 수준이 상당히 급락해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음의 선명도는 사실 많이 뛰어나지는 않습니다. hf5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hf5와 비교하면 많이 초라해지는 면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1~2만원대 가성비 좋다는 이어폰과 비교해서 밀리는 그런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너무 선명하면 나름대로의 감성이 사라지는 면도 있어 꼭 부정적으로 봐야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말로 써주는 쉴드입니다 ^^ 소리의 스테이지는 크지 않습니다. 오픈형이라 딥이어 리시버보다는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스테이지는 어디가서 특색으로 명함을 내밀 수는 없을 것입니다. 평범한 오픈형 이어폰 수준이라는게 적합하겠네요.

 

 

  MX880이 돋보이는건 착용감입니다. 오픈형 이어폰 유닛 크기를 나눈다면 작은 유닛의 오픈형 이어폰에 속합니다. 그래서 상당히 편합니다. 소리도 편안한 소리라서 아침에 침대에서 들을 때 착용한 느낌이 사라졌을 때 들리는 감성적인 소리는 정말 좋았습니다. 또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이라고 좌우 구분을 굳이 하지 않아도 귀에 잘 들어가지 않으면 좌우 반대로 착용했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유닛을 손으로 잡을 때도 마찬가지로 잘 잡히는지 잘 잡히지 않는지로 좌우 구분이 가능합니다. 이것만 쓸 때는 딱히 느끼지 못했는데 다른 이어폰을 쓰다보니 이것도 은근한 장점이었습니다. 단점이 없어보이는 MX880이지만 누구라도 공감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볼륨 조절기입니다.

 

 

  겉보기에 멀쩡해보이지만 크기가 상당히 큽니다. 저 돌리는 것도 쉽게 돌아가는 편이라 좀 조심스러운데 소리를 줄일 때 좌우 밸런스가 틀어져 상당히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마무리하는 마당에 별로 좋지않은 평으로 끝내 좀 아깝게됬습니다. 그냥 위에서 먼저 말하고 칭찬할껄 그랬어요. 그래도 MX880은 볼륨 조절기를 참고 쓸만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이제는 단종된 제품이라 아쉬운데, MX985처럼 MX885로 볼륨 조절기를 없애거나 적당한 크기로 바꿔 더 저렴한 가격에 재출시했으면하는 바람입니다.

 

 

옛날 MX880 사용기 바로가기

 

(여담인데, 예전 사용기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지금이 처음보다는 글이나 사진이 훨씬 나아졌다는 생각이듭니다. 기껏해봐야 1년하고 몇개월 전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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