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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Sennheiser HD600 - 96년부터 이어온 명기

자료나 생각들/음향기기

by 엘빌스 2013. 12. 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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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600 Avantgarde

 

 

 

 

시작하기 전에 이것부터 말해야겠습니다. 솔직히 전 HD600을 평가하기엔 역량이 부족합니다. 레퍼런스급 제품을 구동하는데 앰프도 없으니, 사실 돈없는 학생 신분으로 HD600을 산 것도 큰 사치였죠. 그래서 HD600에 대한 사용기는 그냥 '가지고 있기때문에 써보는 것' 수준에서 끝내려고 합니다. 소리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좀 아껴보고 대신 사적인 이야기로 채워볼까합니다.

 

간단히 HD600에 대해 설명하면 HD580 Jubilee를 기반으로하여 1996년 출시된 제품으로 2013년 기준으로 17년이나 이어온 레퍼런스 헤드폰의 대표적 주자입니다. 정확히 거론하지는 못하겠지만 수많은 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HD600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부명인 Avantgarde(아방가르드)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위의 HD580 Jubilee를 표기한 것과 같이 HD600 Avantgarde라고 합니다. 솔직히 왜 아방가르드가 부명인지는 아무리 유추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젠하이저의 부명붙이기는 HD600으로 끝납니다. 이전 플래그쉽 제품들에 부명이 있었는데 (모두 그런지는 모릅니다) 이후 출시된 HD650, HD800, HD700 모두 부명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HD600을 알게된 특별한 계기는 없었습니다. '시코'라는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그냥 이런게 있구나하고 자연스럽게 접했지요. 이게 좋은 제품인지는 모르다가 우연히 '골든이어스'에서 FR 그래프를 보았습니다. 극저음부터 극고음까지 평탄하게 펼쳐진 그래프는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꼭 나중에 살거라고.

 

이 블로그에 올려져있는데 2013년 2월에 서울에 올라가서 HD600 등 관심있던 몇 제품을 들어보았습니다. HD600이 다행히 가지고 있던 MP3(소니 S750)로 볼륨확보가 무난한데다 그 날 들었던 제품들 중에 너무 마음에 들던 소리여서 HD600을 언젠간 사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HD600을 사게됩니다. 막상 구입할 때는 다른 주요 레퍼런스 헤드폰으로 같이 언급되는 K701을 살까 고민도 좀 했으나, 원래 계속 바라본 제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미니기기 직결이 HD600보다 힘들다는 말에 HD600으로 결정했습니다.

 

HD600을 처음받고 상자를 보았을 때 상당히 많이 실망했습니다. 골판지 박스에 붙어있는 스티커는 20세기의 향이 물씬;; 다행히 골판지 박스에서 나온 다른 상자는 그래도 고급 제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상자는 여는 순간 본체, 변환젠더, 설명서만 들어있는 상자는 보고 당황. 인터넷에서 보았던 K701과 너무 대조되는 빈약한 패키지라 후회 막심했습니다. 그렇지만 HD600을 막상 꺼내고 머리에 올리니 후회되던 감정은 금방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상자의 스펀지(?)에서 나는 냄새는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HD600에도 냄새가 났고요. 오죽했으면 나중에 방향제랑 HD600이랑 밀봉시켜서 냄새를 없애려고 했을까요.

 

그 날 사고 처음 들었던 기억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라벨의 볼레로를 들었는데 지금껏 들어온 적 없는 스케일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선 '직결로도 충분하니, 앰프는 나중에 여유로워지면 알아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간감이 좀 부족하다는 평을 봐왔지만 그래도 오픈형 레퍼런스의 수준은 어디가지 못합니다. 어디까지나 동급 혹은 그 이상 제품군과 비교해봤을 때이지 애초에 오픈형 레퍼런스 헤드폰의 수준은 그 전에 들어왔던 제품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가성비 좋다고 산 슈어의 SRH440조차 후지게.. 들릴정도였습니다.

 

예전에 HD600을 샀더니 밖에서 음악을 못듣겠더라.. 빨리 HD600으로 듣고싶다는 글을 보았었는데 그 당시에는 무슨 좋아봤자 그렇게 좋겠어라고 생각하고 웃어 넘겼는데 아, 제가 그 당사자가 되어버렸습니다 ㅋㅋㅋ.

 

HD600의 소리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보면 처음엔 소리의 스테이지가 넓다고 느꼈지만 듣다보니 익숙해져서 그냥 적당한 공간을 채운 소리로 들립니다. 광활하지는 않다고 느껴지네요. 그러나 오픈형 레퍼런스인 만큼 그 아랫급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HD600이 어둡다는 평을 꽤 보았는데 약 저음 강조형에 저음 반응이 여유롭다지만, 어둡다까지 표현될 만큼 어두운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중에서야 대강 그 이유를 알 것같게 되었는데 HD600은 뒤로 밀어쓸수록 고음이 죽어 소리가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확한 용어도 있었는데 잘 기억은 안 나네요. 최대한 앞으로 밀어써야 고음이 죽지 않습니다.

 

HD600의 소리는 워낙 유명한데로 플랫한 소리입니다. 하이베이스쪽이 살짝 부풀어올라있는데 여기서 개인의 성향에 따라 저음에 대한 평이 좀 갈릴 듯합니다. 개인적으론 매우 좋아하는 소리입니다. 아까 언급한대로 뒤로 밀어쓰지 않는다면 고음에서 롤오프 현상 (점점 깎여내려가는 것)의 느낌은 없다 생각합니다.

 

참고로 기기의 구동력에 따라 다른 것보다 저음이 크게 영향받는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소리의 힘이 약해진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어느정도 성능이 보장된 MP3 정도에서는 직결로도 괜찮은 소리고 볼륨 확보도 가능합니다. 가능하다면야 앰프를 쓰는게 좋겠고요.

 

 

 

 

HD600이라는 글자에 초점이 잡혀야하는데 밴드쪽으로 초점이 가버린 사진입니다. HD600의 외관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무려 대리석! 디자인이지만 현실은 그냥 돌솥이라고 불리죠. 경쟁 제품인 K701이나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피델리오 X1과 비교했을 때는 애도.. 나름 오르페우스 닮은 디자인이지만요. 그래도 돌솥이 보다보면 나름 괜찮습니다.

 

 

헤어밴드의 모습인데 안타깝게도 오래쓰다보면 헤어밴드의 칠이 벗겨진다고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 측면부] 아직 제껀 멀쩡합니다. 칠이 그냥 뜯아지는건 아니고 밴드 특성상 늘어나야하기 때문에 많이 반복되다보면 칠이 벗겨지는겁니다. 그리고 그 아래 패드 또한 쓰다보면 탱탱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냥 눌린다고 합니다. 귀에 닿는 이어패드는 나름 괜찮긴하지만 밴드의 탄성력 (소위 장력이라고 부르는) 이 쓰다보면 어느정도 약해지지만 처음엔 많이 강해서 착용감을 좋다..라고 하기는 애매합니다. 이어패드 또한 오래 쓰다보면 눌린다고 합니다. 전부 교체 가능하긴 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서 (바가지..) 아껴서 다루고 있습니다. 위에 사진들에서 보이듯 빨간색 케이블이 있는 곳이 우측입니다. 착탈이 가능한데, 처음에 뽑아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강하게 결합되어있어 손톱이 매우 아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시피 밴드 길이 조절도 가능합니다. 그냥 금속이 나와서 처음에는 고작 이렇게 밖에 안 만들어놨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냥 그렇죠.

 

 

 

주저리 주저리 쓸 필요없이 HD600은 20년을 바라보는 장수 제품으로, 한때는 절대적인 맹목적인 찬양까지 있었던 제품으로 HD600이라는 이름이면 통하는 명기입니다. 젠하이저가 단종시키지 않는 한 아마 앞으로도 HD600은 헤드폰의 레퍼런스로 계속 자리를 지킬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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